오늘도 나는 여전히 나라서

by 풍경달다

알고 있었다

나에게 걸 기대 따위는 애초에 없다는 것을

세상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들이 많고

애쓰는 이들은 더 많고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은 훨씬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결국에 나는 그 틈에서 버둥버둥대다가

평범과 꿈만으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서게 될 거라는 것을


누구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

그들의 무관심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래도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

일단 시작해 보자고 한번 가 보기는 해야 되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다독이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예전에 멈췄더라면

지금처럼 혼자 우는 일은 없었을까

빛나는 별들을 애써 외면하며 떠돌지 않아도 되었을까

나를 봐주지 않는 시선에 목매달지 않고 무심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오늘도 나는 여전히 나라서

뒤돌아보고 조금 울다가

코 한번 크게 풀고 아아 잠긴 목도 풀고 노래를 부르고 손목을 돌리며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글을 쓴다

한 줌 정도 내 몫이 있다 해서 이 거대한 세상에 큰일이 날 것도 아니고 그러니

오늘도 나는 여전히 나라서 한 줌의 기대는 버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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