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파스쿠찌 카페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이주일에 한 번 정도 꾸준히 가는 편인데 대개 컴퓨터로 작업할 일이 있을 때 간다. 적당한 백색소음, 집까지 3분 거리, 아르바이트생의 무심함 3박자가 맞아서 작업하기 좋은 곳이다. 월 초에도 꼬박 가는 편인데 그 이유는 바로 잡지 <톱클래스(topclass)>를 보러 가기 위함이다.
동네 파스쿠찌에는 월간지가 많이 꽂혀 있는데 내가 즐겨보는 잡지는 톱클래스와 트레비이다. 그중 톱클래스와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도 파스쿠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주변에 있던 톱클래스를 집어 들었다. 그때 배우 박정민이 쓴 '쓸 만한 인간' 연재글을 접했다. 박정민이 누군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쓴 글을 읽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톨클래스에 연재했던 글을 인터넷으로 찾아 다 읽어봤다. 마침 그가 이제껏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낸 다기에 <쓸 만한 인간>도 사서 읽어 보았다. 이렇게 위트, 재치, 센스가 넘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글을 잘 썼다. 나도 따라 써 보고 싶은 문체와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파스쿠찌에 들를 때면 톱클래스를 읽어본다. 특히 월 초에 들러 이번달 기획기사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톱클래스는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실는다. 지난 9월은 '기획의 고수들'에 관한 글이었다. 최근 나도 브랜드와 기획에 관심이 많았는데 시의적절하게 관련 인물들을 소개하니 반갑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인터뷰한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기면 그 사람이 쓴 글이나 관련 자료를 찾아본다. 지금은 잘 보지 않는 유퀴즈보다 그 분야에 맞는 다양한 사람과 심도 있는 질문이 들어있어 꽤 만족스럽다.
책을 읽고 싶어서 카페에 간 적이 한 번 더 있었는데 모캄보에 있었던 소설 <편의점 인간>을 읽고 싶어서였다. 이것도 카페에서 우연히 집어 들고 읽다가 약속 시간 때문에 다 읽지 못해서 퇴근하고 그다음 날 마저 읽으러 간 기억이 있다.
누구나 저마다 카페에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들과 대화하러, 소개팅을 하러, 작업을 하러, 조용히 사색을 즐기러 카페에 간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카페가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창고를 개조한 대형카페도 등장하고, 인스타 사진용으로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한 카페도 있고 카공족이 못 오도록 1인 1 메뉴에 콘센트를 차단하는 카페도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좀 더 다양한 목적을 지닌 카페가 등장하면 좋겠다. 그곳에 가야만 있는 잡지를 보러, 책을 보러 카페에 갈 수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