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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구라시키 미관지구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by bona Oct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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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카마쓰가 아닌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에 위치한 오하라 미술관에 갔다. 다카마쓰역에서 쾌속 마린 라이너 기차를 타고 자야마치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15분 정도 가면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도착한다.

오하이요, 다카마쓰 에키!
만화에 나올 듯한 기차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분명 구글맵은 15분이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20분이 넘게 걸렸고 주변은 죄다 논밭이었다. 알고 보니 종점으로 가는 버스를 타버렸던 것이다. 친절한 버스기사가 종점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가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고 알려 주고 유유히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터널을 지나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도착했다.

이 길의 끝에는 다른 세상이 나올것 같아

 터널 끝 우측에 신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길래 올라가 봤다. 전형적인 일본식 신사였다. 계단을 내려와 타 죽을듯한 더위를 피하고자 재빨리 오늘의 목적지인 오하라 미술관에 들어갔다.

쓰루가타산 공원
아치 신사로 가는 문
어서 오시게

오하라 미술관은 오카야마의 사업가인 오하라 마고사부가 세운 사립 미술관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 미술관으로 외관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한다.


오하라 미술관
웅장한 외관

역시나 사진 촬영은 금지되었다. 엘그레코, 샤갈, 폴 세잔, 쿠르베, 칸딘스키 등 유명한 서양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건 20세기 일본 작가들의 서양화 그림이었다. 기모노를 입은 푸른 눈의 벨기에 소녀나 서구화된 모습의 일본인들을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색감이 화려하고 다채로웠고 개화된 정도가 한국보다 빠른 1920년대 일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미술관을 나와서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갔다. 길 가운데 물이 있고 관광객들이 뱃사공이 노를 저어주는 나룻배를 타고 있기도 했다.

초록초록

인사동처럼 길 양쪽으로 다양한 식당이 있었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카레 가게를 선택했다. 외관은 전형적인 일본 가정집 같아 보이는데 매장에는 찰리 푸스와 케이팝이 나왔다. 음식처럼 퓨전인가. 암튼 또 가고 싶은 집이다.

맛은 인정
야채 카레

디저트로 푸딩을 먹었다.

커피맛 푸딩과 이름 모를 오미야게 빵

푸딩가게에서 골목길을 따라 걸으니 구라시키 아이비 스퀘어라는 광장이 나왔다. 빨간 벽돌로 된 건물 벽면이 초록색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으니 보색을 이루며 인상적이었다.

다카마쓰와 마찬가지로 구리시키에도 맨홀 뚜껑에 마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물을 새겨져 있다. 뚜껑 찾는 재미도 쏠쏠함.

건물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가 음악 소리가 들려서 들어가 봤더니 중년의 남성 두 분이 바통 터치하듯 피아노를 연주하고 계셨다. 두 분의 연주실력에 김탄했다. 악기 연주가 취미인 사람이 부러워.

빨간 티셔츠와 아디다스 체육복이 대수랴

관광지가 으레 그렇듯 구경할 거리는 많았지만 막상 사고 싶은 것은 많지 않았다.

미피와 스누피. 너흴 어떻게 베어 먹겠니

덥기도 덥고 혹여 기차를 놓치면 집에 못 갈 것 같아 빨리 기차를 타러 나섰다. 일단 버스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야 하는데 구글맵 도착 예정 시각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10분 넘게 기다리다가 여기가 아닌가 보다 싶어 다른 정거장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쯤 버스가 왔다. 무려 20분 늦게. 어떻게든 그 버스를 타려고 질주했지만 야속한 버스는 정류장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무정하게 떠나버렸다. 이로써 얻은 교훈 하나. 버스가 정각에 오지 않더라도 기다려야 한다. 늦더라도 오지 않는 경우는 없다.


다카마쓰로 왔을 땐 우동이 아닌 색다른 것이 먹고 싶어 오코노미야끼를 포장해서 맥주와 먹었다.

맥주와의 조합은 천상의 맛

무더위와 버스 때문에 고생했지만 마무리가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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