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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게 35

저승사자

by 월하수희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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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신지훈이라는 놈이지?."


어찌나 우악스럽게 그 멱살을 틀어쥐었는지 곧장 지훈의 핏대가 쏠리고 셔츠깃에서 우둑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곧 묘하게 거스를 수 없는 부드러운 힘으로 현우의 두 손을 함께 말아 쥐어 내리고 그의 코앞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씩 웃어 보이더니 지훈이 말했다.


"네가 이현우라는 놈이렷다? 너 잘 만났다."


짧은 순간 현우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멱살을 잡은 손의 힘을 풀어버렸다.


'진짜 신기가 있는 거야? 무당들은 이름도 알아맞히나?.' 


형사야 수련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 쯤은 알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가 자기의 라이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의 신상파악쯤은 애초에 끝내놓은 터라 지훈이 속도위반 딱지하나라도 끊기를 바라며 그를 잡아넣을 구실을 찾고 있었다.


이 형사가 수련의 사고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뛰어들어갔을 때 자기보다 더 미친 듯이 뛰어든 남자가 정말 정신이 나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 옆에는 수련의 모친 혜란이 있었다. 김 문일 팀장의 죽음에 늘 무언가 죄스러움이 있었던 이 현우 형사는 왠지 그들 사이에 끼기가 어려워 의사를 찾고 가해자를 찾아 사건의 발단과 앞뒤 정황을 살폈다.


왜 수련이 새벽 그 시간 그 도로에 서있었는지 알아야 했다. 자기에게 남기려고 했던 메시지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그래서 수련이 집을 나가는 CCTV를 살피던 도중 지훈과 포옹하고 울며 뛰쳐 들어가는 수련을 봤다.


"이 개새끼! 수련 씨를 울려?, "


현우는 그다음 영상은 보지도 않고 곧장 지훈을 찾아온 것이다.

 

***

수련의 수술이 끝나고 48시간이 고비라고 말한 의료진들이 다시 수련의 중환자실에 찾아온 건 수술이 끝나고 다섯 시간이 지난 아침 회진 시간이었다.


햇살은 왜 이렇게도 눈부신지 병실 가득 들어찬 밝은 빛 때문에 수련의 엉망인 전신이 처참하게 드러났다.


햇살을 등지고 처연하게 앉아있는 두 여자 혜란과 가영을 향해 무겁게 입을 여는 담당의.


"이제부터는 환자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살려고 하는 의지가 있으면 의식은 돌아올 수 있어요.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것은 청력입니다. 계속 이름을 불러주시고 말을 걸어주세요.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습니다."


"하이고... 수련아..",


혜란은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말에 다시 한번 무너졌고 가영은 아랫입술을 아프게 깨물며 혜란의 어깨를 붙들었다.


"어머니, 수련이 어떤 앤지 아시잖아요. 꼭 일어날 거예요. "


그리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가방을 챙겨 들고는 수련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뭐라고 한참 속삭였다.


혜란은 눈물만 흘리며 부서진 딸의 몸을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고 바라보고 있다.


"이럴 때 그  삼총사라는 것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어머니, 그 정이랑 은교라는 애한테는 연락해 보셨어요? 저는 어디 좀 다녀와봐야겠어요."

 

혜란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얼굴을 가로저었다.


"아예 연락이 안돼. 해외라도 나가있는지..'


가영이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저 금방 다녀올게요. 그때까지만 수련이 곁에서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계속 말 걸어주세요 금방 올게요. 최대한 빨리 올게요."


조급함이 가득 번진 얼굴로 급하게 병실을 나서는 가영. 혜란은 시체처럼 누워 있는 딸의 몸 위에서 손을 바들거리다 눈물을 훔치며 조심스럽게 핏자국을 물수건으로 지워내기 시작한다.


"수련아. 엄마 말 들리지?."


혜란은 목이 메어 몇 번이고 침을 삼키고 눈물도 삼키고 그나마 성해보이는 수련의 왼손을 따뜻하게 움켜쥐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수련아, 엄마는 너 믿는다. 너는 더 힘든 일도 이겨냈어. 더 아픈 상처도 잊어버렸다. 수련아 이제부터 엄마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듣고 있을 거라 믿고 얘기해 줄게 수련아 사실 엄마는.."


-똑똑똑-


아무도 없는 1인 병실 지훈도 일찌감치 신당에 가봐야 한다며 자리를 떴고 이 형사도 얼굴을 비추고 돌아갔다. 누굴까? 하고 혜란이 병실 밖으로 나가보았다.


수련이 또래의 젊은 여자가 커다란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 정도, 은교도 아니었다. 혜란은 그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에 갸우뚱하며 수련이 친구인가? 싶었던 그때.


“어머니, 저 수련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예요. 상심이 크시겠어요. 수련이는 좀 어때요?”


살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선 여자를 보고 혜란은 잠시 주춤거렸다. 유독 친구가 많지 않았던 딸이었다. 정과 은교, 임가염교수, 그리고 지훈이 수련이 믿는 전부였다.

그렇기에 딸의 주변인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아무랑 친해질 수 없지 내가 미쳤다는걸 들키면 어떡해? 헤헤."-


웃으며 자기가 미쳤다고 말하는 딸의 모습을 떠올리고 또 가슴이 저미게 아파왔다.


"아니 근데, 우리 딸이 사고 난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나 그녀는 묵직한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고 혜란의 손을 덥석 잡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어젯밤 저희 모임이 있었어요, 잘 들어갔는지 궁금했는데 전화를 안 받길래 지훈이한테 전화해 봤어요. 제가 지훈이랑은 계속 연락해 왔었거든요."


그제야 혜란의 미간의 모여든 주름이 활짝 폈다.


"아이고, 그래요? 고마워요 이렇게 아침 일찍. 들어와요. 안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친구들이랑 주변사람들이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수술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엉망이에요. 좀 곁에서 말도 걸어주고 도와줘요."


 병실에 뛰어든 젊은 여자는 수련의 상태를 보고 깨나 놀란 모양이다. 대번에 눈물을 쏟으며 말한다.


“어머 어떡해! 수련아.. 흑흑.. 이렇게 심할 줄이야.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옆에서 쉬지 않고 계속 말 걸어볼게요.”


정말 수련의 친구라는 그녀는 수련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정성껏 수련을 간호했다. 은교도, 정도 오지 않은 이 병실에 친구라고는 처음 온 여자다. 그런 그녀와 수련을 잠시 아련하게 바라보다 혜란이 말한다.


"나 이 물수건 좀 빨아 올게요. 잠시만 수련이랑 있어주세요."


"걱정 마세요 어머니, 천천히 볼일 보고 오세요."



서연주는 지금 수련의 병실에 와있다!


혜란이 병실 미닫이 문을 드르륵 닫고 나가자마자 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벌떡 일어나 그녀가 깔고 앉았던 쿠션을 집어 들었다.


“김수련 너만 이대로 뒤져주면 돼. 너만 없어지면 모든 게 내 거라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야! 이 지긋지긋한 년! 죽어!!.”


서연주의 결점하나 없는 그 얼굴은 추악하고 더러운 욕망을 뒤집어쓰고 끔찍하게 뒤틀렸다. 그녀는 손에 쥔 쿠션을 천장높이 치켜들었다가 거침없이 수련의 고요한 얼굴을 짓눌렀다.


삐삐삐삐.....


"키히히 너도 별수 없이 이렇게 뒈지는구나. 뒈져 뒈지라고!!."


손등에 핏줄이 올라오고 쿠션을 움켜쥔 그녀의 손톱이 부러질 만큼 온 힘을 다해 짓눌렀다.

그녀는 저승사자였다. 그녀를 병실에 들이는 게 아니었다. 그녀를 만나는 게 아니었다.


삐!..


덥석!


"서연주! 당신을 살인 미수 혐의로 현장체포합니다."


그녀의 손을 거칠게 끌어내려 수갑을 채운 것은 이 현우 형사였다.

뒤늦게 뛰어들어온 혜란, 간호사 모두가 정신이 없는 가운데 서로를 죽어라 째려보고 있는 현우와 연주.


"놔! 이거 안 놔? 내가 뭘 어쨌다고? 당신 뭔데? 살인미수? 증거 있어? 나 친구 병문안 왔어. 가까이서 얘기만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뻔뻔한 얼굴을 보고 현우는 기가 막혔다. 방금까지 수련의 얼굴에 쿠션을 짓누르며 뒈지라며 소리 지르던 살인범이 어느새 친구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당당하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아! 신지훈이 신빨이 있긴 있나 보구나. 나더러 혼자가지 말라더니, "


까딱 하는 이 형사의 고갯짓에 연주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그녀를 벙찐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그의 동료 형사였다.


"자 여기 증인이 둘이나 있습니다. cctv 사각지대라도 형사 두 명의 증언이면 빠져나가긴 힘들 겁니다."


그때까지 최대한 예의를 갖춰 연주를 대해주던 이 형사가 수갑을 채운 서연주의 손을 세게 잡아당기면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서연주! 너 정말 어디까지 떨어질 거야? 산채로 지옥불이라도 떨어질 거야?.”


그러자 시뻘겋게 끓어오르는 온몸에 분노가 곧 터져버릴 화산처럼 부글 거리며 연주의 온 얼굴에 쏠렸다. 그리고 꽥꽥대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니까짓 게 뭔데 나한테 그딴 소릴 지껄여?!."


이 형사가 시끄럽다는 듯 귀를 후벼 파며 그녀를 향해 덤덤히 말했다.


"라고, 신지훈 씨가 전해달랍니다. 그놈 신기가 보통이 아니야. 수련 씨랑 내 궁합 좀 봐달라고 해야겠어."


이 형사는 진지하게 고민하는듯 천정을 올려다봤다.


혜란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간호사를 붙들고 연신 괜찮은 거냐고 묻자 간호사도 바이탈 체크를 해보고 괜찮긴 하지만 의사를 모셔오겠다고 하고 나갔다.


이 형사는 곧 숨이 넘어갈 거 같은 그녀를 진정시킬만한 말을 찾아야 했다.


"신지훈이 어머님께도 전해달랍니다. 수련 씨 절대 어디 안 보낸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꼭 데리고 있겠답니다. 그건 뭔 말 인지 모르겠어, 수련 씨는 여기 있는데.. "


현우는 마지막 혼잣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며 서연주를 연행해 나가려 했다.


그제야 혜란은 후두둑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고 안심했다. 진정을 하자마자 수갑을 차고 있는 서연주를 쏘아보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매섭게 표정을 바꾸고 서연주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너구나! 네가 내 남편을 사지로 몰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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