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tyeight days Mar 05. 2021

스스로 첫 이사

둘째를 낳고 보냈던 1년 8개월

  누구나 짧지만 강렬한 기억의 시간들이 있다. 나에게는 두 번째 집이 그랬다. 둘째는 임신 기간 내내 나의 건강과 본인의 성장을 줄다리기했다. 임신 초기엔 하혈이 잦아 병원을 드나들었고, 12주가 지나 한 숨 돌릴 쯤엔 대상포진이 왔었다. 대상포진이 그 해 4월, 우리나라 역사에 꼽힐 만큼 큰 아픔이 있던 그 날 시작됐었다. 그 해는 나에게도 국민들에게도 참 아픈 해였다. 몸통을 반 바퀴를 감는 상처가 자리만 남았을 때쯤 이사를 했다.



  신혼집에서 3년 4개월쯤을 살고 나니 주변 전세가가 꽤 올라있었다. 그중 위치와 가격이 괜찮은 집을 골랐는데, 계약 전에 전세 기간이 2년이 채 안된다고 알려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 기간을 살려고 이사하느니 다른 집으로 갈걸...' 싶지만, 그땐 지금보다 더 젊었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 유혹적이었다.



  오른 전세가 때문에 처음으로 은행 대출을 받게 됐다.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인감도장'이 필요했다. 무지했던 나는 '아무 도장이나 되나요?'라고 물었다. 인감도장은 주민센터에 가서 등록을 해야 진짜 '인감도장'이 된다.(전세대출은 은행에 필요서류를 준비해 가서 직접 하는 방법과 부동산에서 소개해주는 대출중개인을 통해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율의 차이는 거의 없다.) 드디어 첫 재산이 생겼다.


대출



  첫 집을 나올 때 '이사비용(계약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주인의 요구로 나가게 되어 받게 됨)'을 약속된 금액만큼 받지 못해 실랑이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이사는 마무리됐다. 첫 집이 입주 아파트였기 때문에 손볼 곳 없이 깨끗했던 것에 비해 이번 집은 벽지를 비롯해 곳곳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여러 번의 이사 경험을 통해 그때의 그 집이 꽤 깨끗하게 관리된 집임을 알게 됐지만, 그땐 그걸 몰랐다.


  그 해 가을 둘째를 낳았다. 엄마가 100일까지 산후조리를 맡아주시기로 해서 엄마가 쓰실 이불도 따로 구비했다. 하지만 친정 엄마와의 산후조리 기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둘째가 아팠다. 세상에 나온 지 48일 만에. 그리고 우리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큰아이와 남편은 시댁으로, 나와 둘째는 병원에서 지냈다. 퇴원을 한 짧은 기간 동안은 우리 집에 모일 수 있었지만, 그것도 큰아이가 병치레 없이 건강할 때 가능했다.


  이듬해, 겨울이 다가오던 11월 중순 둘째가 하늘나라로 갔다. 길고 긴 터널이 이어질 줄 알았던, 그 끝에 뛰노는 두 아이가 있을 줄 알았던 나는 한순간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인이 집으로 들어와야겠다고. 2월 중으로 이사를 나가 줄 수 있냐고. 아니, 나가 줘야겠다고.


 

  다시 집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그 사이 전셋값은 또 올라있었고, 갈만한 집은 더 적어졌다. 둘째를 간병하는 동안 휴직이 허락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둔 남편은 셋집과 함께 직장도 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행한 것은 둘째의 병치레가 짧아(1년이 짧았다니...) 보험금이 꽤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그 덕에 첫 재산인 대출을 갚고, 대출 없이 다음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추억해보면 지나온 집들 중 두 번째 집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시 이사를 간다면 그곳을 선택할 정도로 괜찮았다. 그럼에도 집에 머물었던 시간이 짧아서일까. 한 영혼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였을까. 집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밝지 않다.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양쪽 창 가득 들어오던 볕이 참 인상 깊었음에도, 난 그렇게 (환하게) 살지 못했다.



 

* 집을 보는 과정~이사하는 날까지 정보 체크*

  부동산과 함께 집을 보고, 집이 마음에 들면 선입금을 넣는다(선입금은 계약서 내용이 없으므로, 계약 파기와 관련된 수수료 부분의 인정이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더 집을 보지 않도록 찜하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그 후 해당 집에 살던 사람, 집주인, 그리고 새 세입자(나)가 서로 이사날짜, 잔금 날짜를 조율하고 계약 날을 잡는다.

  이삿날을 잡을 때 앞 세입자가 짐을 언제 빼는지 확인해서 이사청소가 가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수요건은 아니라 잔금 날짜가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1~2일 비워두는 것이 좋다. 또 계약을 할 때 '이사를 나간 뒤 집을 확인할 수 있다.'와 '곰팡이, 누수가 발견될 시 문제를 해결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의 문구를 넣는 게 좋다. 그런 일이 없는 게 좋겠지만 막상 짐을 뺀 자리에 곰팡이가 발견되면 집주인에게 당당하게 도배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사 날짜가 정해지면 이삿짐센터 계약, 이사청소 계약(도배, 줄눈 등)을 하고, 도시가스, 전기(할인받는 가정의 경우 미리 체크), 인터넷(케이블 TV), 이전 설치가 필요한 전자제품 등의 주소 변경을 신청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1 세대주로 세입자가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