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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May 03. 2024

양궁의 퀘스트 1 - 스킬 찍기




이전 글에서는 양궁을 시작하려면 그냥 실내양궁장에 가면 된다고 했다.

양궁을 오래 하신 분들이나 엘리트 체육인 분들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될 때 실내양궁장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취미로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거리에서 화살을 날리는 것 자체도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궁은 게임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익혀야 할 스킬이 있고, 레벨에 따라 장비가 달라지고, 던전(?)도 바뀐다. 본격적으로 양궁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자세를 익히는 것이다!





스킬을 찍자! 자세 배우기


양궁 뿐 아니라 모든 활 쏘기의 시작과 끝은 자세인 것 같다. 양궁은 '정확한 자세'를 얼마나 일정하게 '재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연속으로 엑스텐을 쏘려면 엑스텐을 쐈던 자세를 똑같이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각도나 힘이 미세하게 달라지면 화살이 박히는 위치가 달라진다.   


양궁의 자세는 여러 동작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동작들은 20초 이내의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지만, 모든 동작을 한번에 배울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손가락에 끈(슬링)을 걸어 활을 돌리는 동작이 포함되는 팔로스루는 꽤 나중에 배우게 되고, 익스팬션은 클리커를 사용할 수 있게 됐을 때 익힌다. 

조준 역시 처음에는 한쪽 눈을 감고 하지만 나중에는 두 눈을 뜨게 된다. 우리 양궁장에서는 이걸 '개안했다'고 한다(ㅋㅋㅋ)


그렇지만 나도 아직 초보인 데다가 누구에게 설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아는 게 아니라서, 되도록이면 글의 아래에 링크한 영상을 봐 주시면 좋겠다.





1. 스탠스


국궁에서는 활을 쏘는 곳을 '사대'라고 하고, 양궁에서는 궁사가 서 있는 곳을 '사선(shooting line)'이라고 한다. 이 사선을 중심으로 과녁과 몸이 직각을 이루도록 선다.

그냥 서는 건데 뭐가 어려울까? 싶지만 어렵다. 현대인은 골반이며 허리가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이어지는 동작들을 수행하면서 곧은 스탠스를 유지하려면 코어 근육이 필요하다. 하늘에서 코어 근육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활을 많이 쏜 사람은 사선에 서 있는 모습 자체가 다르다. 이어지는 동작들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몸의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스탠스를 절대 무시하지 말자!




2. 노킹


출처: https://www.bow-international.com/features/nock-fit-getting-it-right/


양궁에서 쓰는 화살 끝에는 집게처럼 생긴 '노크'가 붙어 있다. 이 노크를 현에 찰칵 끼우는 것이 노킹이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끼우는 것은 아니고, 노크에 표시가 된 부분이 몸 쪽으로 오게끔 끼운다.

초보자용 화살은 이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깃 하나만 색깔을 다르게 해 둔다.




3. 그립


활을 잡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작의 이름은 그립이지만, 활을 잡는다기보다는 미는 것에 가깝다. 활을 잡은 손가락에 힘을 빼야 한다. 

그립은 정말 중요한 동작이다. 흔히 현을 당겨서 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활의 몸체를 미는 힘과 현을 당기는 힘이 50:50을 이루어야 한다. 이때 활을 바르게 밀기 위해서는 정확한 그립의 위치가 필수다.

 



4. 후킹


화살을 끼운 현에 손가락을 거는 동작이다. 둘째 손가락은 화살 위에, 중지와 약지는 아래에 두고 손가락 첫번째 마디에 현을 걸면 된다. 

이것도 간단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손가락 첫번째 마디에 현을 걸기, 손가락에는 힘을 빼기. 손가락은 현을 거는 갈고리 역할만 할 뿐, 손가락으로 당기려고 들면 안 된다. (머리로는 아는데!) 




5. 셋&셋업


화살까지 끼운 활 끝을 발등 위에 올려놓은 자세를 셋, 활을 들어올린 자세를 셋업이라고 한다.

셋업을 할 때는 활을 잡은 팔과 현을 잡은 팔이 동시에 올라가도록 신경쓰자. 보통은 한쪽 팔이 먼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6. 드로우


드디어 현을 당기는 동작이다. 선수들을 보면 간단하게 당기는 것 같다. 그런데 알맞는 근육을 써서 똑바로 당기기가 힘들기 때문에, 온갖 다채로운 잘못된 자세들이 나오는 동작이기도 하다ㅋㅋㅋ

다른 운동을 할 때도 어떤 근육이 약하면 주변 근육이 대신 일하면서 잘못된 자세가 나오는데, 그런 오류들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동작이 드로우인 것 같다.




7. 앵커


현을 당긴 손을 턱 아래에 위치시키고, 현이 코와 입의 한 위치에 붙도록 하는 동작이다.

그런데 몸과 얼굴의 미세한 각도라든가 활과 현의 방향 등 앵커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너무 많다.

알맞은 위치에 현을 갖다 대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한창 앵커 위치 교정하는 중이라서 말을 아끼겠음. 

 



9. 풀드로우&에임&익스팬션


익스팬션은 고렙의 영역이기 때문에 아래에 링크된 영상을 보시는 게 빠를 것 같다.

풀드로우는 현을 끝까지 당겨 몸을 딱 고정한 상태다. 홀딩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 홀딩 때에 에임(조준)을 한다. 

리커브에서 조준에 쓰는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준경을 과녁 중앙에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흐릿하게 보이는 현을 활의 몸체(핸들) 중앙에 맞추는 것이다. 스트링 얼라인먼트가 틀어져 있다면 고개의 각도가 잘못되었거나, 현과 활이 일직선으로 맞춰지지 않은 상태라서 화살이 이상한 곳으로 간다.  




10. 릴리즈&팔로스루


릴리즈는 현을 놓으면서 팔을 뒤로 빼는 후속 동작이다. 처음에는 '데드 릴리즈'라고 해서, 턱 아래에 붙인 손가락을 펼치며 화살을 날린다.

팔로스루는 화살을 날린 뒤의 마무리 상태다. 화살의 진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화살이 과녁에 맞을 때까지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핑거 슬링을 사용하게 되면 이때 활이 빙글, 하고 돈다. 활을 미는 힘과 현을 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뤘다면 활이 매끄럽게 돌 것이고, 삐끗했다면 비틀비틀거릴 것이다. 그래서 활이 잘 돌아가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릴리즈는 양궁의 동작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 같다. 최고급 스킬... 





자세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언젠가 양궁장 사장님한테 "양궁 자세를 다 배우려면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사장님은 "평생"이라고 대답하셨다.

이제 네 달쯤 쏴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점수는 좋은 자세에서 나온다! 활의 퀄리티가 받쳐주지 않아도 자세가 좋다면 화살은 가운데에 꽂히게 되어 있다!

그럼 아주 좋은 교육자료 링크를 끝으로 오늘 글을 마칩니다.





활 제작 업체 파이빅스에서 만든 양궁 기초 영상

How to shoot? 


https://youtu.be/M8_r-016ty0?si=CDRECQK133l4fpLg



자세뿐만 아니라 화살 만드는 법(그렇습니다 화살도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 아셨나요? 저는 몰랐답니다), 활을 조립하는 방법, 노킹 포인트를 감는 방법 등 장비에 대한 내용도 있다. 정말 좋은 컨텐츠다. 나는 얼마 전에 활을 80% 정도 장만했는데, 그때 이 영상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80%만 장만되었는지는 다른 글에서 또...






대한양궁협회에서 만든 양궁 강좌

Korea Archery Academy 


https://youtu.be/usbZu3cCDQg?si=7HiamqYgGU5LgwbJ


이 영상은 심화편이라는 느낌이다. 설명도 자세하거니와, 국가대표 선수들의 좋은 자세를 여러 각도에서 계속 반복해서 돌려볼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

그리고 이미 자세가 완벽한 선수들이 안 좋은 자세를 어색하게 시연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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