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만약 활을 산다면
양궁 얼마 들어요?라는 글에서, 양궁을 하고 싶다면 양궁장이나 양궁카페 비용이 든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여느 활동이 다 그렇듯이 취미에도 딥 다이브를 하게 되는 분기점이 있다.
불행히도(?) 나는 양궁에 딥 다이브를 하고 말았다. 활을 산 것이다ㅋㅋㅋㅋ
여기서부터가 양궁에 돈이 드는 타이밍이다.
먼저 위의 이미지를 보자. 양궁 장비를 그려보았다. 진짜로 이게 다 있어야 하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군요. 대충 이렇게 있어야 됩니다.
그럼 이 활을 만드는 데 얼마가 들었을까! 시원하게 대공개!
✅ 45만원
활의 중심이 되는 장비로, 핸들 양 끝에 날개를 착착 끼우면 활이 된다.
나는 MK 아처리의 X-ON을 샀다. 키가 170cm 이상이라서 사이즈는 25인치를 골랐고, 색상은 무광 블랙, 재질은 알루미늄이다.
내가 알아본 가격은 70만원 정도였는데 다니던 양궁장에 프로모션이 들어와서 할인을 받았다.
알루미늄 핸들을 40만원대에 사게 되어 굉장히 기쁘고... 이 핸들은 그립에 오돌도톨한 처리가 되어 있어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평소에 손이 땀이 나는 건 물론이고, 비오는 날에도 괜찮았음! (보통은 테니스 라켓 테이프를 감는다. 그러면 핸들이 못생겨진다.)
✅ 15만원
핸들과 같이 양궁장 프로모션으로 샀다. MK 아처리의 스태빌라이저는 인스퍼와 XR 모델이 있는데, 내가 산 스태비는 정체불명인 것으로 보아 단종된 모델의 재고였던 것 같다.
그런데 스태빌라이저+V바+익스텐더+웨이트+댐퍼까지 다 합쳐서 15만원...? 안 살 수 없었다.(파이빅스의 벨라토르 세트가 33만원이다)
다만 이 스태비는 검정+골드 배색이어서 상당히 시선을 끈다. 그리하여 내가 원하던 활의 배색과는 백만광년 멀어지고 말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대만족!
✅ 40만원
대회에 나갈 때는 18파운드 날개를 썼는데, 이때는 양궁장에서 소정의 비용을 받고 날개를 빌려주셨다.(브랜드는 파이빅스 제니아(크로센))
20파운드부터는 날개를 사야 했는데... 양궁장에 20, 22, 24파운드 활이 있어서 차례대로 며칠씩 쏴보고 최종적으로는 26파운드 날개를 샀다. 갑자기 엄청나게 레벨업...
그런데 26파운드부터는 저렴한 날개를 쓸 수 없어서 중급 날개를 고르게 되었다.
내가 산 날개는 파이빅스 벨라토르 V3. 재질은 우드, 길이는 키에 맞춰서 70인치.
달리 말하면 26파운드 아래까지는 입문기 날개를 써도 괜찮다는 뜻이다. 성별 관계없이, 활을 꾸준히 쏜다면 20파운드는 금방 넘어서기 때문에(날개를 금방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싼 날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쭈굴)
✅ 3만원
양궁장에 노크 포인트까지 감겨 있는 완성품 현의 재고가 있어서 냉큼 샀다.
그리하여 나는 아직도 노크 포인트 감는 법을 모르는 상태가 되고 말았는데... 언젠가 되겠지...
✅ 4천원 / 5만원
화살을 얹어놓는 받침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호이트 슈퍼 레스트를 샀다.(4천원)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클리커를 달게 되면서 레스트를 추가로 샀다. 시부야 울티마 레스트(5만원).
그치만... 5월부터 일이 바빠서 수련을 게을리한 탓에 클리커를 달아만 놓은 채로 못 배우고 있다...
✅ 65만원
모델은 시부야 울티마 RCⅢ.
사실 19만원짜리 조준기를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사려던 모델을 마침 양궁장에서 빌려주셔서 써봤는데... 이게 웬일... 너무나 불편했다...ㅇ<-<
그렇다고 또 고급기를 살 생각은 없었는데... 어떤 우주의 인도? 이끌림? 운명적인 사랑? 뭐 여러가지 사정이 맞물려서 좋은 조준기를 쓰게 됐다.
좋기는 진짜 좋다... 이 조준기만 가지고 글을 하나 써도 될 정도다.
조정을 굉장히 정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조준기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꼭 30미터 이상 쏠 수 있는 궁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중이다.
✅ 24만원
레스트 너머에 달아서 화살의 패러독스를 보정해 주는 도구다. 브랜드는 바이타.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고 무조건(?) 바이타 쓰라고 하셔서 넙죽 따랐다.
✅ 2만 5천원
현을 당기는 길이를 일정하게 맞출 수 있게 해주는 보조도구인데, 어느 정도까지는 살 필요가 전혀 없는 장비다.
나도 내가 갑자기 클리커를 달게 될 줄 몰랐다.
✅ 9만 6천원+@
화살은 골드로를 샀는데, 내가 파운드를 확 올린 탓에 다른 화살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게 뭐꼬...
아무튼, 놀랍게도! 활만 조립해야 하는 게 아니라 화살도 조립을 해야 한다. 9만 6천원은 화살대(샤프트)의 가격이고, 촉과 노크, 깃, 깃테이프를 추가로 사야 한다. 근데 이것들은 자잘자잘하기도 하고 공짜로 얻기도 해서... 가격을 적어놓지 않았다.
이리하여... 총 209만 천원!(두둥)
활만 썼는데도 글이 너무 길어졌다. 보호구나 기타 장비 가격은 3탄으로 빼야 할 것 같다....
혹시나 예비 양궁러가 도망갈까봐(?) 이 글을 쓸지 말지 고민했다. 근데 양궁에서 어차피 장비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서 솔직하게 썼다.
활을 오래 쏘신 분들이나 지도자 분들께서는 활을 빨리 맞추는 게 좋다고들 하셨다.
그러나 나의 계획은? 양궁장 활로 버티다가 돈을 모아서 내년쯤 활을 장만할 생각이었다. 예산도 백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우주의 어떤 운명적인 인도로 인해 결국 빨리 맞추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쩌다 보니 중급기 사양으로 싹 바르게 되었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면 저렴한 장비를 쓰다가 나중에 교체해도 괜찮다.
가만히 보니까 잘 쏘는 사람들은 2만원짜리 조준기 달고도 올텐 쏘고 로빈훗 애로우 나오고 메달 따 오더라ㅋㅋㅋ
장비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결국 점수는 궁사의 실력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핸들은 평생 쓰는 거니까 처음부터 좋은 걸 사면 좋은 듯.(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지금 나의 워너비 장비는 위아위스 핸들과 우카 날개인데, 나중에 30파운드 이상 쏠 수 있게 되면 사려고 한다. 돈 열심히 모아야지.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