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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희곡 - 불을 훔친 사나이 4~5회/5

창작 단편 희곡

by 원윤경

창작 희곡 단편집


등장인물

방송국 아나운서.
제우스 - 대표이사
헤라 - 인사 이사
헤르메스 - 기자, 배송 이사
테미스 - 비서 실장
하데스 - 지하 자회사 담당 대표 이사
헤파이스토스 - 기술 개발부 이사
디오니소스 - 축제 기회사 대표 이사
아폴론 - 홍보부 이사
에리스 - 비정규직 직원
아이리스 - 비정규직 직원
헤라클레스
인간 1


4. 형벌의 이유
조명 무대 중앙 비추고. 둥근 원탁 주변으로 이사진들 심각하게 앉아있다. 올림푸스 주식회사 긴급 이사회. 테미스 비서 실장의 인사말도 생략하고 제우스가 회의를 시작한다.

제우스 (CEO) : 다들 자리에 착석하시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인간에게 불은 이제 단순히 물리적인 에너지나 도구가 아니라, 지식, 기술, 문명, 창조의 힘을 상징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간에게 준 것은 인간이 자연을 넘어서 지혜와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동물과 달리 도구를 만들고, 음식을 조리하고, 공동체를 이루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 다는 것이에요. 언젠가는 신에게 도전할 것입니다.

다들 잘 이해하시고요. 문제는 저희 회사 전 직원을 동원해서도 풀 수 없는 비밀을 프로메테우스가 알고 있어서 조금 과하게 다룬 부분 인정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서로 편하게 말해 보세요.

테미스 (비서 실장) : (조심스럽게) 대표님. 지금. 인간세상에서 헤르메스 이사님 전화 왔는데요? 급하시답니다.

제우스 (CEO) : 헤르메스 아직 회사 안 들어왔어요? 이런 이런, 이리 줘요. (제우스 전화받는다.) 여보세요?

헤르메스 (배송 담당) : 대표님. 지금 인간 세상에 큰 일 났어요.

제우스 (CEO) : 말해봐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헤르메스 (배송 담당) : 인간들이 불을 사용하더니 문명이 발달하고 자신들이 제우스 보다 못한 게 뭐가 있냐면서......


제우스 (CEO) : 친천히. 간단하게 설명해 봐요.
헤르메스 (배송 담당) : 하늘에 닿는 탑을 세워 인간의 이름을 내자고 하면서 인간의 힘으로 신의 영역에 닿겠다며 높은 탑을 세우고 있습니다.

제우스 (CEO) : 난 또. 뭐라고. 그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회사로 지금 당장 들어와요.

헤르메스 (배송 담당) : 대표님. 제가 지금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탑이 구름을 뚫고 저희 올림푸스 주식회사까지 올라올 것 같다니까요?

제우스 (CEO) : 이래서 회사에는 리더가 필요한 거라니까. 뭘 좀 알고 전화를 해야 답답하지 않지. 그 탑은 바벨탑이라는 건데 곧 무너질 거예요. 하나님이 내려오시면 다 끝나고 서로 말도 안 통하게 될 거니까. 당장 들어오기나 하세요.

헤르메스 (배송 담당) : 대표님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제우스 비서실장을 보며 전화기 건넨다. 테미스 두 손으로 전화기 받고 끊는다.

헤파이스토스 (기술 개발부) : 대표님.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헤라클레스가 12가지 위업을 수행하는 동안, 캅카스 산 근처를 지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헤라클레스에게 활과 화살을 보내시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덤비는 독수리를 쏘아 죽이게 하면 프로메테우스가 그에게 고마워서 비밀을 다 이야기할 것입니다.

제우스 (CEO) : 좋은 생각. 그렇게 한 번 해 봅시다.


5. 비밀을 말하다
올림푸스 주식회사 긴급 이사회에서 나온 정보가 헤르메스의 귀에 들어간다. 헤르메스. 방송국과 연락하고 캅카스 산 절벽에서 헤라클레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헤르메스 : 단독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믿을 만한 정보에 의하면 잠시 후 며칠 전에 신성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주고 쇠사슬로 묶여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구해 줄 누군가가 나타난답니다. 아 저기 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촬영 시작)

사이. 헤라클레스 활과 화살을 들고 나타난다. 그때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 위에 떠오르자, 헤라클레스 화살로 독수리를 죽이고 쇠사슬을 풀어준다.

프로메테우스 : 누구신데 저를 다 구해주시는지 이 은혜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헤라클레스 : 저는 제우스 님의 아들인 헤라클레스입니다. 혹시 이 세상에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제우스 님의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프로메테우스 : 내 이 비밀은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데 마치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제 앞에 나타나서 저를 구해 주셨으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우스 대표님이 누군가 사랑하게 되고 아들을 낳으면 제우스를 능가하는 신이 될 것이라는 전설이 있는데 그 여인이 누구인지 저만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혜와 신중함의 여신인 메티스입니다. 제우스가 그녀와 사랑을 해서 아들을 낳으면 제우스를 능가하는 신이 될 것입니다.

헤라클레스 : 오 그런 비밀이. 감사합니다. (제우스에게 전화해서 알려준다.)

헤르메스 : 여러분 자세히 보신 것처럼 헤라클레스가 나타나 독수리를 죽이고 쇠사슬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은혜로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대표님이 원하시는 비밀 정보를 헤라클레스에게 넘겨주었답니다.

올림푸스 주식회사 제우스 대표님께서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이번 일을 상징적인 보상과 속죄의 행위로 보고 헤파이스토스(대장장이 신)가 만든 쇠고리 조각을 손가락에 끼우게 했고, 거기에 캅카스 산의 조각을 붙여 형벌의 마치 가슴에 주홍글씨처럼 흔적을 늘 지니는 것으로 삼으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인간 세상에서는 반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방송국 아나운서 : 헤르메스 기자. 그럼 인간 세상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요?

헤르메스 : 네, 잠시 후,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다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캅카스 산에서 진실 방송국 헤르메스였습니다.

헤르메스 인간세상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탑을 쌓고 있다. (합창한다.) 자 우리가 신들처럼 불을 사용하게 되었으니, 우리의 힘으로 하늘에 닿는 탑을 세워 우리의 이름을 세상에 알립시다.

헤르메스 : (카메라 촬영.) 지금 저는 인간 세상에 나와 있습니다. 제 뒤에 보이는 탑이 그 유명한 바벨탑입니다. 제우스 대표님의 말로는 저 탑이 곧 무너지고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서로 하면서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 했습니다.

제가 저기 있는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진실 방송국에서 나온 헤르메스 기자입니다.

여러분에게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전해 주었다가 쇠사슬에 묶여 형벌을 받았지요? 지금은 헤라클레스에 의해 풀려났는데 그에 대한 생각이 어떠하신가요? 그리고 불로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끝으로 왜 저 사람들은 탑을 쌓고 있나요?

인간 1 : 프로메테우스에게는 불은 형벌을 주었지만, 우리에게는 자유를 주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그는 사슬에서 풀렸으나, 우리는 불에 묶여 있습니다. 이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불이 있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불이 주어지자, 우리는 기술을 만들고, 문명을 세우고, 신에게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준 불은 결국 신의 영역을 흉내 내는 능력으로 진화했어요.


프로메테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인간은 불을 다루는 신이 되었죠. 그러나 신이 되고서도, 저희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탑을 쌓고 있냐고요?
신의 영역에 이르려는 욕망,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 지식과 힘으로 절대자에 닿으려는 오만 때문이죠.

그래서 불은 “창조”와 “파멸”의 씨앗을 동시에 담은 선물입니다. 우리가 불을 다스리는가? 불이 우리를 다스리는가? 그것이 문제입니다.

헤르메스 : 아 마침 저기 캅카스 산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가 바벨탑 앞으로 오고 있습니다. 잠시 가서 인터뷰 한번 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실 방송국에서 나온 헤르메스 기자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프로메테우스 님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불을 인간에게 주셨는데 지금 바벨탑 앞에서 본인 느낌이 어떠신지요?

프로메테우스 : 저는 불을 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믿었습니다. 불은 어둠을 몰아내고, 인간은 더 이상 신에게 떨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불은 길을 나누었습니다. 어떤 이는 그것으로 빵을 구웠고, 또 어떤 이는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불은 선물이자, 인간의 심장 속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쇠사슬에서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있군요. 탐욕, 두려움, 그리고 끝없는 ‘더 나은 빛’의 욕망에 묶여 있습니다.

저기 보시어요. 그들은 탑을 쌓고 있습니다. 돌 위에 돌을, 빛 위에 빛을. 하늘에 닿으려는 그 손끝엔 불이 타고, 눈에는 자신들이 만든 신의 그림자가 타고 있습니다.

불을 사용하되 불을 사용하기 전의 인간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헤르메스 : 네, 프로메테우스 님이 인간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가 마음에 남습니다. 지금까지 바벨탑 앞에서 진실 방송국 헤르메스였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바벨탑.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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