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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희곡 - 불을 훔친 사나이 2~3회/5

창작 단편 희곡

by 원윤경

창작 희곡 단편집


등장인물

방송국 아나운서.
제우스 - 대표이사
헤라 - 인사 이사
헤르메스 - 기자, 배송 이사
테미스 - 비서 실장
하데스 - 지하 자회사 담당 대표 이사
헤파이스토스 - 기술 개발부 이사
디오니소스 - 축제 기회사 대표 이사
아폴론 - 홍보부 이사
에리스 - 비정규직 직원
아이리스 - 비정규직 직원
헤라클레스
인간 1


2. 비정규직 휴게실
에리스 (불화 담당) : (웃으며) 프로메테우스 잘했네. 잘했어. 본사 분위기 한 번 뒤집어지겠군. 다음은 제우스 커피에 누가 번개 넣어 버리지. 대표 전기 구이 만들게. (웃는다.)

아이리스 (메신저) : 그러니까요. 프로메테우스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요?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사실 저는 등에 날개 달고 손에 황금 지팡이 들고 무지개색 망토를 입고 자유롭게 다녔어도, 인간들이 불편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반성 많이 했습니다.

에리스 (불화 담당) : 정규직들은 신이든 사람이든 비정규직 문제 신경 쓰는 줄 알아요? 우리부터 보면 잘 알잖아요. 우리도 같은 신인데. 여기 테이블 이게 뭡니까. 이게. (의자에 떨어진 천을 지적하며) 정규직 사무실에서 누가 쓰다 버리기 아까우니까 여기 갔다 준거잖아요. 그러면서 우리 생각 많이 한다고 대표님이 한 시간은 연설하고 간 거 알죠?

정규직은 회사를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급여 올라가. 퇴직금 올라가. 저희는 몇 년을 해도 시간당 계산만 하니 참. 몇 년 지나면 하늘과 땅 차이 나요.

아이리스 (메신저) : 알죠. 치사하고 더러워서. 근데 이거라도 어디예요.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니고 있어요.

에리스 (불화 담당) : 제가 누굽니까. 저 때문에 트로이 전쟁 일어난 거 아시죠? 저도 화나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우리가 실력이 없어 능력이 없어. 어쩌다 정규직 기회 놓쳐 그렇지. 안 그래요?

아이리스 (메신저) : 맞아요. 맞아. 정규직이면 다야? 잠깐 (메시지 왔어요. 핸드폰 본다.) 방금 대표한테서 문자로 번개 이모티콘 30개 날아왔어요. 분위기 심상치 않아요. 이러다 비정규직 다 날아가겠어요. (긴장되는 목소리.) 다들 잘리면 어쩌죠?

에리스 (불화 담당) : 자르고 싶으면 자르라 그래요 그럼 올림푸스 주식회사 비리 내가 다 아니까 고용노동부 가서 확 그냥. 가만 안 있을 거니까.

아이리스 (메신저) : 참아요. 참아. 우리 같은 비정규직 이야기 누가 들어준다고. 이야기하면 뭐 해요. 다 이겨도 마지막에 검사들이 불기소하면 아무 소용없는데. 우리가 어떻게 대기업을 이겨요.

에리스 (불화 담당) : 제가 한번 한다면 하잖아요.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그리고 트로이 목마 잘 아시죠? 그러면서 저는 잘 모르시더라고요.

옛날에 테티스 결혼식에 모든 신들을 다 초대해 놓고 저만 비정규직이라고 초대하지 않았어요. 화가 난 제가 결혼식장을 찾아갔죠.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겨진 황금사과를 던졌잖아요.

황금 사과는 헤라 이사님이 소유한 세상의 서쪽 끝 신성한 정원에 있는데, 머리가 100개 달린 라돈이 지키고 있어 아무나 못 들어가는 곳에 있는 거 아시죠?

아이리스 (메신저) : 그런데 어떻게 구했데요? 능력도 좋아. 에리스 님은 비정규직으로 아까워. 정말.

에리스 (불화 담당) : 다 방법이 있죠. (자랑스럽게 웃는다.) 이 사과는 영원한 젊음과 불사의 상징이라.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준다고 하자.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다투었죠.


결국에는 누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지 판단을 못 내리자,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을 보게 했어요. 그때 세 여신이 황금 사과를 서로 갖겠다고 난리난 거 아시죠?

헤라 이사님은 자기에게 주면 세상의 권력을 다 주겠다고 했고, 아테나 이사님은 모든 지혜와 전쟁의 승리는 자기가 책임져 주겠다고 했고, 아프로디테 이사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 여성인 스파르타의 헬레네를 선물로 주겠다 했잖아요.

아이리스 (메신저) : 신이든 사람이든 이쁜 여자라면 정말. 못 말려요. 그래 가지고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고, 약속 대로 파리스는 헬레네의 남편이 잠시 크레타섬으로 간 사이 그녀를 트로이로 훔쳐갔죠.

스파르타에서는 헬레네를 데리고 오려고 트로이 원정군이 출항했는데, 거기에는 아킬레우스도 있었죠. 그렇게 해서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됐는데 그게 다 우리 에리스 님 때문에?

에리스 (불화 담당) : 제가 안 해서 그렇지 한번 하면 확실하게 합니다.

아이리스 (메신저) : 에리스 님. 인정. 그런데 오늘 불 사건 때문에 대표님 난리 났다던데요. 저기 저기 TV에 또 나오네요.


3. 프로메테우스의 형벌
조명 어두워지고 무대 좌측 비춘다. 아나운서 메인테이블 앞에 앉아 있다. 벽 쪽에는 '진실 방송국'이라는 타이틀이 적혀있다.

방송국 아나운서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방금 들어온 진실 방송국 단독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캅카스 산 현장에 나가 있는 헤르메스 기자를 연결하겠습니다. 헤르메스 기자?

헤르메스 : 네, 저는 지금 캅카스 산 절벽에 나와있습니다.

방송국 아나운서 : 헤르메스 기자. 오늘 있었던 프로메테우스 사건으로 올림푸스 주식회사 이사진의 결단이 있었다고요?

헤르메스 : 네, 프로메테우스 행동이 제우스 대표에게 큰 분노를 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불은 신들만의 권한이자, 문명과 지식의 상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우스 대표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아주 가혹한 벌을 내렸는데요, 그를 캅카스 산의 절벽에 쇠사슬로 묶고, 매일 독수리가 날아와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하늘에서 독수리가 또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문제가 있는데요. 프로메테우스는 불사의 존재라 간은 밤이 되면 다시 자라나고, 내일이면 독수리가 또 와서 그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의 고통을 지켜보는 많은 인간 시청자분들께서 지금 제우스 대표에게 진정서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캅카스 산 현장에서 진실 방송국 헤르메스 기자였습니다.

조명 어두워지고 다시 우측 비정규직 휴게실 비춘다.

아이리스 (메신저) : 제우스 너무 하죠? 쇠사슬로 묶어 놓고도 독수리까지? 오, 이건 아니라고 봐.

에리스 (불화 담당) : 원래 그런데 너무할 것도 없어요. 얼마나 독한데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전에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낳은 괴물 티폰이 올림푸스 주식회사를 공격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제우스 대표가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번개로 확 제압하더니 시칠리아에 있는 화산 밑에 묻어버렸어요. 이겼는데도 봉인까지 했다니까요. 지금하고 똑같죠.

그리고 인간세상에서 의사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자를 되살리자, ‘생명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벼락을 쳐서 그를 죽인 적도 있어요.

아이리스 (메신저) : 오 그런 일이다. 무섭네.
에리스 (불화 담당) :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는 곧 풀려날 거예요.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요.

아이리스 (메신저) :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에리스 (불화 담당) : 제우스 대표가 프로메테우스한테 저렇게 심하게 하는 건. 프로메테우스가 알고 있는 최고급 정보가 필요해서 일부러 저러는 거예요.

아이리스 (메신저) : 대표도 모르는 게 있나요?
에리스 (불화 담당) : 있데요. 그래서 저거 며칠 안 갈 거예요.

아이리스 (메신저) : 어, 문자 왔는데 (핸드폰 들여다본다.) 긴급 이사회를 연다고.
에리스 (불화 담당) : 아마 그 문제 일거예요.


4~5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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