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단편 희곡
창작 희곡 단편집
등장인물
방송국 아나운서.
제우스 - 대표이사
헤라 - 인사 이사
헤르메스 - 기자, 배송 이사
테미스 - 비서 실장
하데스 - 지하 자회사 담당 대표 이사
헤파이스토스 - 기술 개발부 이사
디오니소스 - 축제 기회사 대표 이사
아폴론 - 홍보부 이사
에리스 - 비정규직 직원
아이리스 - 비정규직 직원
헤라클레스
인간 1
1. 긴급 이사회
무대 좌측. 여 아나운서 메인테이블 앞에 앉아 있고 벽 쪽에는 '진실 방송국'이라는 타이틀이 적혀있다.
방송국 아나운서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들어온 주요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대검찰청에 나가 있는 헤르메스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헤르메스 기자?
헤르메스 : 네, 저는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날개 달린 신을 신고, 아폴론이 선물한 지팡이에 두 마리 뱀이 감겨 있고 머리에는 독수리 날개가 달린 케리케리온을 들고 어디든 뉴스가 있는 곳이라면 누구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헤르메스 기자입니다.
방송국 아나운서 : 네 지금 프로메테우스가 올림푸스 주식회사의 불을 훔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자세한 소식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헤르메스 : 네, 인간을 사랑한 티탄족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이 추위와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것을 보고, 올림푸스 주식회사 특별 프로젝트 팀에서 개발 중이던 '신성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달해 주었답니다.
신들은 불을 사용해서 맛있는 요리도 해서 먹고 추운 날 어디서든 따뜻하게 잘 수 있는데 인간은 사냥을 하고 고기를 잡아도 불이 없어서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도 없고 깊은 동굴이 아니면 아무 데서나 잘 수도 없는 딱한 처지를 보고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다면서 모든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해서 소식 들어오는 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대검찰청에 나와 있는 진실 방송국 헤르메스였습니다.
조명 무대 중앙 비추고. 둥근 원탁 주변으로 이사진들 심각하게 앉아있다.
테미스 (비서 실장) : 저는 제우스 대표님 비서실장 테미스입니다. 오늘 안건은 프로메테우스가 저희 특별 프로젝트 기술인 '신성한 불'을 인간에게 유출한 사건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올림푸스 주식회사 긴급 이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제우스 (CEO) : 오늘 새벽, 특별 프로젝트 팀에서 개발 중이던 '신성한 불'이 외부로 유출되었습니다.
관련자는 현재 캅카스 산 절벽에 체인으로 묶어 징계 중에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하 자회사 담당인 하데스 이사가 알아서 잘 관리하도록 하세요. 재발 방지를 위해 전 부서 보안 교육 실시 하시고, 특별히 기자들에게는 말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하데스 (지하 자회사 담당 대표) : 저희 쪽에서 프로메테우스 수감 준비 완료했습니다. 계약서에 ‘매일 간헐적 독수리 방문 서비스’ 조항도 추가했습니다.
헤라 (인사 이사) : 제우스 대표님과 같이 살고 있는 인사 이사 헤라입니다. 혹자는 저를 질투의 화신이라고 하시는데 이게 다 누구 때문인 건 다 아시지요? 저는 절대로 질투의 화신이 절대로 아님을 이 자리에서... (제우스 중간에 말을 끊으며 치고 들어온다.)
제우스 (CEO) : 아니, 집안일은 회사에서. 하지 마시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또 그러시네요. 오늘 집에 들어가기 싫게 하지 마시고 그만하세요.
헤라 (인사 이사) : 한 번만 더 제가 이야기하는데 끼어들기하시면 이혼할 각오 하세요. 암튼, 대표님. 이번에 프로메테우스 인사평가 아직 마감 안 했는데. 징계로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제우스 (CEO) : 그렇게 하세요. (헤라를 쳐다보며 손을 들어 알았다는 표시 한다.)
헤파이스토스 (기술 개발부) : 저는 제우스 대표님이 헤라 이사님의 배를 빌리지 않고 대표님 자신의 머리에서 '아테나'라는 여신을 탄생시키자, 화가 난 헤라 이사님이 스스로 낳으신 추남 헤파이스토스입니다. 저희 가족의 복잡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오늘 프로메테우스가 훔친 불의 원천 기술은 저희 실험실에서 만든 겁니다. 백업 본이 안전하게 있으니 크게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인간들이 너무 빨리 불 사용법을 배워서 문제가 될 것 같기는 합니다.
디오니소스 (축제 기획사) : 저는 축제 기획사 대표 이사 디오니소스입니다. 로마인들은 바쿠스라고도 하지요.
저희 어머니 세멜레는 테베의 공주, 인간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 대표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가 저희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고, 어머니는 임신하게 되셨습니다.
제우스 대표님의 아내 헤라 이사님은 이 사실을 아시고 질투에 불타올랐죠. 헤라 이사님은 늙은 여인으로 변장하여 어머니에게 접근해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정말 네가 상대하는 남자가 제우스가 맞니?
진짜 신이라면, 신의 본모습을 보여 달라고 해 봐."
어머니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제우스 대표님에게 신의 본모습을 보여 달라고 조르셨어요.
제우스 대표님은 처음엔 거절하셨지만, 어머니가 자꾸만 요구하자 어쩔 수 없이 천둥과 번개 신의 모습으로 나타나셨고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불길에 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뱃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제가 있었는데, 제우스 대표님이 재빨리 저를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 속에 넣고 꿰맸습니다. 제우스 대표님의 허벅지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저 디오니소스입니다.
그 후에도 헤라 이사님은 여전히 저를 미워했기 때문에, 대표님은 저를 몰래 숨기고 요정들에게 맡기셨어요. 저는 그렇게 니사 산에서 자라며, 포도주와 축제의 신으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친 이유는 신과 비교했을 때, 비정규직 같은 인간의 삶을 사랑한 결과입니다. “공유 금지”보다 “공유 전략”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우스 (CEO) : 그래요. 앞으로 이사회 와서는 우리 가족사 이야기는 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헤르메스 물류 담당 이사는 왜 안 보여요?
테미스 (비서 실장) : (독백) 여기 모인 열두 분 이사님들 다 대표님 가족밖에 안 계시거든요. 부인 헤라, 형 포세이돈, 하데스. 누이 헤스티아, 데메테르. 아들 아레스, 아폴론, 디오니소스. 딸 아르테미스, 아테나, 아프로디테.
테미스 (비서 실장) : (다소곳하게) 헤르메스 이사님은 불 배송 담당이 아니라고 번개 택배만 하시니까, 오늘은 빠지신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제우스 (CEO) : 회사에 중대한 일이 생겼는데 니일 내일이 어디 있어요? 회사 일에는 신경 안 쓰고 방송국 기자 놀이나 하고 있으니, 들어오는 대로 대표실로 오라고 해요.
테미스 (비서 실장) : 네. 잘 전달하겠습니다.
아폴론 (홍보부) : 대표님, 제게 이 일을 뒤집을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PR팀 입장에서는 이번 이슈를 "신성한 불 기술”외부 유출 사건이 아니라 올림푸스 주식회사에서 인류 발전을 위해 프로메테우스를 시켜 불을 지원한 것이라고 사건을 포장하시면 회사 이미지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우스 (CEO) : 일단 참고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치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조명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진다. 무대 우측. 작은 테이블.)
2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