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존감을 감추려 할수록 드러나는 것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책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에는 성공한 사람들은 '운'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통계적으로 그들이 16번 정도 실패를 겪는다는 사실을 설명해 줘도 받아들이지 않는 내용이 나온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그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실제로 나도 나와 출발은 비슷했지만 훨씬 잘 해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낮아진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란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모든 상황은 '나의 책임'이다라는 태도 없이 새로운 시작은 없다.
윌리엄 제임스의 책 "운명을 지배하는 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 사람에게도 할 일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부담스러워했고 갈수록 나태해졌으며 편안함을 갈망했다. 아무 할 일이 없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축복에 감사하지 않았다. 이제 편안함에 대한 욕망은 충족되었지만 너무나 달콤할 거라 생각해서 갈망했던 그 열매는 그의 입 안에서 한 줌 재로 변해버렸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목표는 달성되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그는 자신에게 던져진 교훈을 철저히 배울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는 습관적인 편안함이 모멸스러운 것이고, 아무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불쾌한 상태이며, 일은 고귀하고 신성한 것이라는 교훈을 확실하게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일단 자신의 책임이라는 태도를 갖지 못한다면 인용한 내용에서 윌리엄 제임스가 언급한 '교훈'을 확실히 배울 수 없다. 변화를 갈망하면서 계속 같은 상태에 놓인다는 건 교훈을 확실히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교훈을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이러한 책임감을 외면하기에 교훈이 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낮아진 자존감은 감출 수록 더 낮아지고, 나를 대신해 누군가가 높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됐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 체면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고 낮아진 자존감을 체면이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싶어 했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형편없어한다는 생각에 자기혐오가 더 커져갔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재미로 공개하다 보면 그것이 나만이 가진 웃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감추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한 자기혐오도 생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낮아 감추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님을 기억해야만 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면 강한 책임감이 수반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책임감 안에는 훈육과 같은 불편한 상황도 존재하지만 누구도 그 모습을 보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삶을 사랑한다면 현재 불편한 상황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