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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Dec 03. 2022

밴쿠버 내 방 마련

밴쿠버에서 집 구하는 방법

내 방 마련 완.

드디어 밴쿠버에서 내 방을 마련했다! 할렐루야. 요즘은 방을 마련한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역시 모든 여유는 안정에서 나온다. 이제야 밴쿠버의 온화한 날씨를 맞이하고, 느끼고, 즐기는 기분이다.


나는 약 4일간 총 6개의 집을 뷰잉을 했다. 처음 뷰잉을 하러 갔을 때는 인터넷에서 보고 예산만 맞으면 무작정 찾아갔다. 셀기꾼 거듭나는 집들의 실제 상태를 보면서 몇 번의 충격도 받고, 잠깐씩은 우울했다. 4번째 뷰잉 했을 때부턴 짬바가 생긴 건지 사진만 봐도 그 집의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예산이 맞아도 거를 집은 걸렀다.


하루에도 몇십 개의 글이 올라오는 집 뷰잉 사이트에서 헛걸음을 하지 않기 위해 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좋다. 감당할 수 있는 예산, 다운타운 기준 거리, 룸메나 동물의 유무 등 말이다. 나는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살아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집을 찾길 원했다. 그래서 처음엔 craiglist와 같은 외국인들이 집을 올리는 사이트를 이용했다.


그런데 집 뷰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는 둘째치고 내가 냄새에 예민하고 비위가 굉장히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나 향신료와 꿉꿉한 카펫 냄새는 벌써부터 삶의 질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또한 나는 일주일 후면 바로 현재 이용하고 있는 민박을 나가야 했는데, 각 집마다 희망 입주일이 달랐다. 내가 꽤나 만족할 수 있는 집이어도 시기가 맞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우밴유와 캐나다 워홀 카페 같은 한국인 커뮤니티 사이트 역시 들락거리며 방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민박의 꿉꿉한 카펫 냄새와 캐리어 하나 제대로 펴기 어려운 넓이가 아쉽기도 했고, 이제 슬슬 잡을 구해야 할 텐데 그때 집 뷰잉까지 신경 쓴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민박 기간이 끝나기 전, 이사는 반드시 가야만 했다.


꺼진 우밴유도 다시 보자

계약하게 된 집의 글은 우밴유에서 발견했다. 자기 전마다 '숙소 정보'를 뒤졌더니 수면의 질이 제법 떨어진 상태라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자자..' 결심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정확히 13분 전, 내가 찾는 위치와 합리적인 가격대, 심지어 한 명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이 올라왔다. 쿵쿵-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빠르게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연락을 했다.


원래 살던 사람은 한국인이고, 사정이 생겨 계약 날짜를 지키지 못하고 나간다고 했다. 입주 날짜도 내가 희망하는 시기와 잘 맞았다. 그 글을 보는데 느낌이 왔다. 나는 이 집에서 살겠구나!




이틀 후 집 뷰잉을 하러 갔다. 집주인은 베트남계의 부부였다. 내가 지낼 방을 보고, 사용할 욕실과 라운더리 룸의 설명을 들었다. 집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방의 크기도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방에는 암막커튼이 달려있었는데, 그런 세세한 배려가 좋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으니, 먼저 엄격한 집의 규칙이었다.

- 오후 11시 45분까지 집으로 귀가

- 오전 7시 - 오후 11시까지는 욕실에서 샤워 금지

- 요리 후 방 안에서 밥을 먹는 것은 선호하지 않음, 식탁 사용 권장

- 주방에 있는 걸레와 행주는 총 4개, 각 상황에 맞게 사용할 것


일단 입주하지 않았으니 내가 아는 규칙은 이 정도뿐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계약을 하기 전 집주인이 무려 50불(5만 원)을 올렸다. 이번 달까지는 기존의 가격대로 가고, 다음 달,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5만 원을 추가로 더 받는다고 말했다. 이건 너무 생각지 못한 것이라 약간 고민했으나 밴쿠버에서 이 위치에, 이런 집 청결도에, 무엇보다 이 가격을 생각하면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계약은 끝났지만 완전히 명쾌하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기대고 창 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다운타운과 가까워질수록 비싸지는 집,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기회, 창문도 없이 좁아터진 방 등. 이 모든 것들은 서울살이와 꽤나 유사한 느낌이었다. 서울의 빡빡함에 어느 정도 질려있었으나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삶을 완전히 피할 순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3위로 꼽히는 밴쿠버에서도.




어쨌거나 나는 집 뷰잉 끝에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완벽한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매달 집세를 내야 하는 현실에서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내가 맞춰가고 타협하는 수밖에!


글의 끝이 조금은 서글퍼진 것 같은데, 사실 내가 구한 집은 굉장히 좋은 케이스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12월 1일부터 이사 가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그래도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워홀러의 첫 번째 집 구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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