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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Jul 31. 2023

You made my working holiday!

나 혼자는 못 썼을 이야기

오늘은 밴쿠버에서 마지막 날이다. 별로 안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고국을 떠난 지 무려 8개월이 넘었다. 떠나기 전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마지막 글을 써볼까 한다.




캐나다에 오고 은근 자주 썼던 말이 있다. 그건 바로



You made my day!



직역하면 ‘네가 나의 하루를 만들어줬어’로 ‘너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라는 의미이다. 'Thank you'보다 조금은 무거운 느낌으로 진심으로 고마울 때 사용하기 좋다. 네가 나의 하루를 만들어줬어라니. 표현하기에 참 사랑스럽다.


처음으로 이 문장을 썼던 건, 개리 할아버지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초콜릿을 받았던 때였다. 다음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미디움 커피 더블더블을 주문했던 개리에게 나는 외쳤다.


“You made my christmas day!”


그 후로 또 누구한테 썼던가 생각해 보면, 팀홀튼에서 일하다 다른 손님에게 썼다. 당시 손님이 도넛을 주문하며 말했다. “I am hungry”. 나 역시 기진맥진 해져있을 때라 “Me too”로 답했다. 손님은 피식 웃더니 도넛을 골라보라 했다. 내가 널 위해 사주겠다며. 순간 기분이 좋아 ‘올드패션 도넛’을 먹을지, 아직 맛봐 본 적 없는 ‘보스턴 크림 도넛’을 먹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옆에서 다른 코워커가 말렸다. 헤헷 맞아 사실 나도 도넛은 많이 먹었어서 괜찮다고 했다. 대신 덧붙였다.


“You made my day! “







밴쿠버에는 혼다 불꽃축제라는 페스티벌이 있다. 혼다 불꽃 축제란 매년 3개 국가에서 각 한 팀씩 참여하여 경연을 하고, 우승을 겨루는 축제이다. 올해는 호주, 멕시코, 필리핀이 참여했다.


허니와 밴쿠버에서 공식적인 마지막 밤 기념으로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필리핀팀이 만든 불꽃놀이를 보는 날이었다. 작년에도 축제를 구경했던 허니의 친구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준 덕에 많은 인파 속에서도 어려움 없이 명당에 앉을 수 있었다.


잉글리시 베이의 석양


잉글리시 베이에서 바라보는 주황빛의 석양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몇 번 봤어서 익숙할 줄 알았는데, 자연은 매번 반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마침 바다 위의 새가 세모 모양을 띄운 채 떼를 지어 날아갔다. 그 모습을 경탄한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고 핸드폰을 들어 촬영했다. ‘마지막으로 잉글리시 베이를 또 보네..’라는 생각과 뭉글뭉글해진 마음을 안고 가만히 석양과 사람들을 바라봤다.


해가 지자 기다렸던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틀어지는 불꽃놀이. 이렇게 크고 화려한 불꽃은 난생처음이었다. 까만 밤하늘에 수놓아진 불꽃들이 밴쿠버에서의 마무리라니. 나 혼자였다면 이런 낭만을 누리러 찾아왔을까.


fireworks!!


옆에 앉아있던 허니는 말했다.



너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아름다워 기뻐



그건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허니가 불꽃놀이를 구경하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혼자 보러 가지 않았을 테니까. 사실 나는 이런 축제가 밴쿠버에 있는지도 몰랐거든. 그렇다면 아마 나는 잉글리시 베이도 찾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허니가 밴쿠버에서 마지막 날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잘 생각해 보면 허니만 그랬을까. 여기 와서 만난 사람들은 내게 크고 작은 친절과 다정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워킹홀리데이의 아름다운 한 쪽들을 만들어주었다. 여행을 같이 갔고, 함께 웨이팅을 기다리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돗자리 하나를 펴고 햇살을 맞으며 피크닉을 했다.


새로운 집에 가기 위해 레퍼런스가 필요했을 때, 인도 친구들이 묻지도 않고 응해준 덕에 따뜻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밑업에서 알게 된 한국분은 아직도 여길 못 갔냐며 노스버나비의 산을 함께 갔다. 새롭게 알게 된 한국인 친구 슬이는 J성향답게 꼼꼼하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나 혼자였으면 몰랐을 명소들을 찾아와 같이 갔다. 그리고 시간을 보냈다.


나는 혼자 왔지만, 아름다운 경험은 대체로 다른 누군가가 함께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많이 웃었다.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너무 혼자만 지내면 조금 아쉬우니까 옆에서 채워주고, 나도 널 채워주고.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거겠지.


Thank you라는 말로 부족한 마음에 그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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