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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Jun 19. 2023

Keep Weird Portland!

포틀랜드 여행기(2)

포틀랜드에서는 혼자 갔음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나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예약했다. 에어비엔비의 호스트는 은퇴한 노부부였는데, 퍼레이드로 길이 막힐 것을 예상하고 역까지 데리러 와주었다. 중간중간 길을 들르며 내게 포틀랜드를 설명해 주었다.


친절하고 세세했던 설명들처럼, 그들의 집 역시 섬세했다. 거품 목욕을 할 수 있는 오일과 욕조 등받이, 핫초콜릿과 각종 티, 여행할 만한 곳들이 적힌 페이퍼, 고양이 3마리까지. 여행자의 로망이 충족될 수밖에 없는 집이었다. 나는 그들이 마당에서 키웠던 완두콩을 잘근잘근 씹으며 좀처럼 끝나지 않는 집의 설명을 들었다.


식빵 고양이


체크인 후, 잔돈이 필요해 근처 베이커리에 들러 모찌 쿠키를 구매했다. 한 입 먹자마자 찹쌀이 줄줄 흘러넘쳤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가볍게 달콤했다. 아아! 존맛탱! 하지만 사실, 나는 한 풀 기가 죽어있었다. 방금 가게에서 필요 이상으로 팁을 많이 줬었기 때문이었다. 대화를 하다 영어에 자신감이 잃기도 했었다. 이제 세상을 제법 안다고 자부하며 살다가도 여행지에서는 결국 굴욕감을 느낄 때가 있다.


포틀랜드는 캐나다 빅토리아의 예쁜 부분들을 크게 모아놓은 곳 같았다. 거리의 카페, 레스토랑 중 평범한 곳이 없었다. 가게의 벽에 그림으로 자기만의 특색을 담았고, 사랑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종종 소품샵에서 ‘Keep Portland Weird’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는데, 포틀랜드의 별난 문화를 대표하는 슬로건이라고 했다.


구경을 끝낸 후 유명한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생각했다.


“캬! 이게 홀리데이지!!!”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고, 주변의 분위기는 여유가 넘쳤다. 나는 테라스에 앉아 다이어리를 펼쳤다. 버스 타고 올 수 있는 미국이라니. 생소한 지역을 탐험할 수 있는 캐나다의 삶. 이럴 땐 여기서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워홀러의 말은 가급적 안 믿는 게 좋다. 워킹 중엔 무슨 이따위 나라가 다 있고, 홀리데이 중엔 이만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운 좋게 예정 없는 동행을 구하기도 했다. 그를 만난 건 버스 정류장 앞이었다. 나는 버스 데이패스권을 끊기 위해 5달러를 쥐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웬 백인 남자애가 말을 걸었다. 그는 나의 5달러를 보며 잔돈은 받을 수 없어 신용카드로 찍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데이패스권이 좋다고 했는데?’ 물었고, 그가 뭐라 설명을 더했다. 애석하게도 내가 해석을 못했다. 그냥 ‘알겠어’ 하고 신용카드를 찍었다.


우리는 버스에 타 이어서 이야기했다. 그의 이름은 리즈. 나는 처음으로 미국에 방문했다고 했고, 리즈는 미국 동부의 매사추세츠에 살다 일을 하러 포틀랜드에 왔다고 했다. 그는 포틀랜드에서 가면 좋은 곳들을 추천해 줬고, 포틀랜드는 장미로 유명한 곳이라 말했다.


나는 포틀랜드의 유명한 독립서점에 가는 길이었어서 버스에서 먼저 내렸다. 그리고 리즈와는 3시간 후, 장미공원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장미 공원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처음 보는 색상의 장미 사이사이를 걸었다. 흰색, 주황색, 핑크색, 다양한 컬러가 섞인 장미였다. 아마 정류장에서 리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포틀랜드가 장미로 유명한지 몰랐을 것이다.


장미공원


버스에서 하지 못한 대화를 마저 했다. 리즈는 홈페이지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컴퓨터 언어가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몸에 ‘Coding’과 ’Javascript’를 타투로 새길까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자바스크립트는 좀 아니지 않니?’ 하며 웃었다. 다만 그가 컴퓨터 언어를 향한 애정이 짙어 보여 굳이 더 놀리지는 않았다.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을 때, 그는 내게 물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뭐야?”


여행을 떠나는 이유?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가 캐나다에 지내며 느꼈던 점을 말했다.


“여행을 하면 무수히 많은 타인을 만나고, 그들을 보며 결국 나를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Like a mirrorr”






여행지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어진다. 오늘 만나는 사람도, 물건도, 방식도.


제법 다른 문법 속에서 지내다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이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익숙한 곳에서는 무언가를 알아차릴 껀덕지조차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리즈와의 대화로 요즘 느낀 여행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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