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스타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험난한 스타일의 여정, 나다움의 과정

by 꿀별

옷은 나에게 상대하기 싫은 대상이었다.


고등학생 때였다. 그날은 내 나름대로 조합한 옷을 입었다.(체육복과 교복의 별난 콜라보였다.) 하교하는 길에 만난 친구들은 이런 조합은 처음 본다며 경악했다. 그리고 신랄하게 비웃어댔다. 아는 친구들 사이에서 모르는 친구도 웃는 모습을 보자니, 도저히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없었다. 그날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아 내가 고른 옷이 이상하구나..'


그때부터 나는 옷을 입는 게 어려웠다. 모임에 나가기 위해 옷을 고를 때, 모든 사람들이 여름에는 체육복을, 겨울에는 수면잠옷을 입어주길 바랐다. 도저히 괜찮은 옷을 입을 자신이 없으니까.


대학에 가서부터 부담감이 심해졌다. 주변에선 보통 스무 살은 상큼한 옷을 입는데, 너는 왜 그런 옷을 입냐며 물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 쒸,, 이거 졸라 신경 쓴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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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건 자신감


그렇다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이 없는 건 아니었다. 20대 초반의 나는 통이 큰, 힙한 바지를 입고 싶었다. 단지 바지 한벌 사서 입어보는 게 어려웠을 뿐이다. 그렇게 입고 싶은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인쇼 옷만 허구한 날 실패하며 나날이 자신감을 잃어갈 때 핏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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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져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 잘 연락하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핏져는, 내가 평소에 멋지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시도하지 않았던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핏져에게 어떻게 그렇게 멋지고 힙한 옷을 입었냐고 물었다. 그런 내게 핏져는 말했다.



그냥 입으면 돼



나는 이 말이 참 가볍고 신선하게 들렸다. 평소 옷을 시도하기 전 우물쭈물했던 내게는 꽤나 충격적이고 시원한 답변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만의 힙한 옷을 입기 위한 여정들이.


핏져는 내가 어떤 옷을 사면 좋을지, 꿀팁부터 추천하는 쇼핑몰과 사이트를 보내줬다. 그리고 나는 핏져를 따라다니며 하나하나 사고, 입어보기 시작했다. 쇼핑몰에서 입었을 때 생각보다 괜찮은 내 모습을 보며, 나한테 미안하기까지 했다.

나도 참 괜찮은 사람인데, 내가 몰랐구나.




일단 입어봐. 고민말고


평소 내가 소망했던 옷들을 바라보는 것과 직접 입는 것은 달랐다. 내가 멋지다고 느꼈던 그 스타일을 입는 기분이 들었다. 원했던 옷을 입은 날은 왠지 스스스스로로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친구들이 허구한 날 쇼핑을 갔나 보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시도하면서 내 체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신체사이즈와 맞는 옷을 구매하기 위해 치수를 제대로 쟀고, 그것에 맞춰 옷을 사니 쇼핑을 실패할 확률이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어떤 옷을 입고 나가는데 문득 참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나를,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건가 보다.


옷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결국 나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어떤 힙한 옷도, 내 체형에 맞지 않으면 힙하지 않다. 내가 그 옷을 입고, 더 나다워질 때 힙함이 나타난다.


이쯤 되면 나 hip 예찬론자인가 보다. 하지만 정말이다. 많은 여정이 있었고, 앞으로도 갈길은 멀지만 말이다.

한번 사는 인생 그냥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자!

스타일의 여정은 나다움의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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