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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29. 2024

수신 오류

그곳은 다정하고 따뜻했니

나의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여물지 못한 손으로

목화를 따고는 했다


눈이 눈인 곳은 많지 않다지

밤이 오면 눈이 눈인 곳에서

눈을 잃어버려 그만

얼어버린 사람들이 나타났다


변기 속에서는 금붕어가 올라오고

하수도에는 버려진 악어가 가득하고

욕조 속에는 벌레에 갉힌 화분이 있고


너에게 전보를 보냈어

하루 하루 하루 하루 하루

네가 받지 않는 사이에 

소음은 달팽이관을 따라서 내달려가고

나는 또 변기의 물을 내린다


사라졌으면 하는 것들이 많았어

삶이 녹록치 않고

어쩌면 죽음도 녹록치 않아서

나는 헤어지길 원했네,

헤어져야 했네


드디어 마지막 전보를 부치는데

"이것이 는나 

아알 걸 는라거 을않 지닿 게에너"


너, 그 곳은 다정하고 따뜻하니

영영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

여기는 아이들과 금붕어가 죽고

악어와 화분이 버려지는 곳,

눈이 눈인 곳


이것은 장송곡의 편지,

너를 위한 마지막 전보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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