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손들이
비명을 눌러
괜한 빈축을 샀다
화분을 베란다에서 욕조로 옮긴 후
욕실에서는 자꾸 금붕어의 냄새가 난다
욕조 속에 물고기를 넣은 적이 없는데
이것이 후회인가 생각한다
물이 스민 솜의 단면처럼
섬세하고 스산한 외로움이 든다
사랑에 그늘이 지고
금붕어 없이 홀로 있는 욕조 속의
산세베리아에게도 화가 난다
본디 외로움이란 막연하여
만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굳이 책의 쪽수를 읽거나 책등의 번호를 읽는 것처럼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는 날도 있는 것이다
오로지 사랑받기를 바란다
그로 인해 사랑하기를
슬픔이 사랑으로 변해 숨처럼 자유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