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듣고 네 빗장뼈가 닫히는 소리를 생각했어
발의 뒤꿈치까지 일렁이는 여름
너는 새로 산 신발이 맞지 않아 발이 다 까졌다고,
뒤꿈치에 여름이 자꾸 닿아 아프다고
그러니 뼈를 모두 잠가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나는 무수히 많은 뼈를 잠갔어
너의 발가락, 손가락, 손등, 발등, 그리고 빗장까지
네 빗장 안에서는 고요한 소리가 들려
아무 소리 없이 소란스러워
나는 그 무소음이 들리지 않게끔 뼈를 꽉꽉 닫아
그러나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새벽
지나가던 장마가 마침내 너를 덮친 거야
여름이 오고 말았어
너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었어
유령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지
어쩜좋지?나유령이됐는데이제평생을흰이불보아래서만
보내야하네네가꽉꽉닫아준빗장이모조리열려버렸어나는이제이름없이유령으로살아간다잘가,내친구뒤꿈치에닿을여름을지나가다멈추는장마를닫히지않는빗장뼈를주의하며살아야해이제우리는친절한바다로간다여름의마지막구멍이바로그곳에있어
너는 종언을 선언하는 예언자처럼 말한 후에
숙녀들의 인사처럼 이불보를 두 손가락으로 짚고 들어 올려
그 아래 발을 보여주었어
두 구멍을 오려 눈을 만든 이불보 아래 보였던
물바퀴가 달린 발, 여름에 짓이겨진 발
나는 탄식한다
너를 더 닫았어야 했는데,
네 빗장 안의 소리를 들으면 안 되었는데
이제 여름이 오고 있고,
나는 너의 이불을 벗길 수 없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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