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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세우는 작고 단단한 글쓰기 13화

좌우명(座右銘)과 명패(名牌)와 명패(銘佩)

by 해리포테이토

누구나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이 있다. 자신이 만든 것들이다. 영국의 시인 존 드라이든은,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지금의 글쓰기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중이며 나중에는 글쓰는 습관이 우리를 이끌어 갈 것이다.



살면서 '명패'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딱 한번 있다. 어떤 일을 그만두면서 챙겨 온 그 명패는 한동안 이사 다닐 때마다 한 사람의 인격처럼 상자에 실려 함께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령이 되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땔감으로도 사용하기 어려운 거치적스러운 검정색 삼각의 각목이 되어 이리저리 천덕꾸러기로 굴러다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언제 어떻게 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60센티미터 길이의 검정색 바탕에 은색 자개로 이름과 장식이 박힌 그 물건은 어딘가에서 오물들과 뒤섞여 태워졌을 것이다. 그렇게 사라지듯 내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다.



얼마 전 좌우명을 생각해 볼 일이 있었다. 연말연초에 만나는 사람마다 좌우명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 좌우명이라는 한자어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나는 왼쪽 오른쪽 가운데쯤에 자기 이름을 명패처럼 두며 삶을 균형 있게 잘 살라는 식으로 左右名으로 생각해 왔는데, 座右銘이 맞는 말이었다.


모토(Motto)라고 부르는 좌우명(座右銘)은 '늘 자리 옆에 두고서 가르침으로 삼는 말'을 의미한다. 인생에 대한 교훈을 짧게 임팩트 있게 나타낸 말이다. 인생의 어느 시기 어느 자리(座)에 있든지 의식(右)적으로 자신을 키우며 마음에 새기어(銘) 기억하라는 말인 것이다.



좌우명을 생각하면서 까맣게 잊었던 옛날 그 새까만 삼각 막대기 명패가 떠올랐고, '명'자가 다른 것을 보고는 '명패'라는 단어를 다시 찾아보았다. 명패(名牌)는 '직위와 이름을 적어 책상 위에 두는 패'이고, 명패(銘佩)는 '고마움을 맘속 깊이 새겨 간직'한다는 뜻이다.



옛날의 그 명패는 허욕과 공허한 명예욕을 꿈꾸는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명패의 다른 단어에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면서 '허세 떨던 내 모습의 부끄러움'에서 '그래 나름 열심히 했었어 하는 기특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단어를 통해 기억을 소환하고 기억 속의 나를 타자화 하면 감정의 색깔이 바뀌게 된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세우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좌우명으로 삼고 싶은 문장을 써보자.



Sacred motto tokens.jpg Sacred motto tokens(1874) Currier & Ives (American 1835-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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