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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과 함께하는 인생여행, 열여드레

주문(呪文)들, 알을 깨다

by 해리포테이토

이즈두바르를 '알'로 만든 융은 이제 주문을 왼다. 주문(呪文), 신께 비는 문장들.


"크리스마스가 왔습니다. 신은 알 안에 있습니다."(179쪽)로 시작하는 주문. 소리 내어 읽으면 공기의 진동을 타고 다시 내 귀로 스며들면서 신기한 경건함이 든다.


주문은, 먼저 '나'에 대해 말한다. 나는 어머니이고 처녀이며 또한 아버지라고, 양 떼를 지키다 신의 탄생 소식을 들은 양치기라고. 그다음에는 알의 정체성에 대해, 이어 당신의 존재에 대해 경배하는 노래를 한다. 아름답고 경건한 노랫말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 날 저녁에 알이 깨어난다. 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갑자기 이즈두바르가 서 있는 것이다. 이즈두바르는 아팠던 흔적 없이 완벽함으로 서 있다.


"그는 태양 자체였다."(197쪽)


우리 내면에서 '신'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는 설명할 수는 없다. 막연한 어떤 느낌이 있다. 그렇게 신을 낳아도, 거창하게 신이라고 하지 않아도 어떤 창작을 한다 해도,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출산도 어렵지만, 그보다 천배 더 어려운 것은 지옥 샅은 '후산(後産)'이다. 영원한 공백의 모든 용과 괴물 같은 뱀들이 신의 아들의 뒤를 따라 나온다."(199쪽) 산이 높을수록 그림자가 길듯, 태어난 신을 따라 무의식적 충동 같은 용과 괴물들도 따라 나온다는 말은 더 곱씹어볼 만한 말이다.


"인간이 자신의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신이 고통을 겪는다."(199쪽)


그러나 내가 내 자신의 어둠, 악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뭐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고 또 그런 악이 있음을 의식한다고 해서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악의적으로 맘껏 미워하는 데에도 또한 스스로를 괴롭히는데도 일부 쾌락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악을 인정한다고 해서 악으로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악으로 고통을 겪는 이유는 악이 당신에게 은밀한 쾌락을 즐기게 하고, 또 악이 미지의 쾌락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199쪽)


융은 "사악한 존재도 신성하다"(211쪽)고 말한다. 사악한 것은 인간성의 범주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악한 존재가 보고 욕망을 느끼지 않으면, 가장 아름다운 것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211) 그러므로 '눈(눈알)'의 중요성을 말한다.


눈, 여러 신화에서 눈에 관한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알듯하기도 하고...





카를 융 <레드북> 부글북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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