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북과 함께하는 인생여행, 스무닷새

3권 정밀 검증 3장 (384-391쪽) 물수리와 물고기, 구원작업

by 해리포테이토

그리고 내면의 깊은 목소리들이 1년 정도 들리지 않다가 여름의 어느 날, 물수리 한 마리가 큰 물고기 하나를 잡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는데, 그때 영혼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것은 아래에 있는 것이 위로 옮겨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야."(칼 융 레드북 385쪽)


다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을 때 필레몬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필레몬은 '나'에게 황금과 구원작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작업에 대한 가치를 황금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황금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갈망한다. 사람들의 갈망이 황금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황금은 잠자고 있을 때도 빛이 나고 있듯 흔들리지 않는다.


"재난이 클수록, 또 시련이 클수록, 금의 가치는 더욱 커지지. 황금은 지하에서, 녹은 용암에서 자라고 있어."(385쪽)


'나'는 필레몬에게 너무 모호한 말이라고 외친다. 하지만 필레몬은 계속 말해준다. 사람이 자신의 '자기'와 함께 하는 것이 늘 유쾌한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이 자기 구원 작업에 이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구원 작업은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자신의 구원에 타인을 디딤돌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우리는 자기와의 연결을 다시 확립하기 위해 종종 우리 자신에게로 가야 한다."(388쪽) 가장 먼저 자신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구원작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일은 신을 보살피는 일이며 그것은 곧 인류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일이라는 것이다. 필레몬은 융에게 더 깊이 들어가라고 말한다.


"더 가까이 다가와서 신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라. 너의 작업이 벌어지는 장소는 지하 납골당이어야 해. 신이 너의 안에서 살아서는 안 되고, 네가 신의 안에서 살아야 해." (391쪽)




Fish hawk or osprey (1827–1838).jpg Fish hawk or osprey(1827-1838) John James Audubon(American, 1785-1851)





나는 담배를 피운다. 빨간 불똥이 튀고 연기는 흐늘흐늘 올라가 흩어진다. 부뚜막에 담배꽁초를 올려놓는다. 그걸 본 큰언니가 손짓을 한다. 밖에 나가보라는 거다. 나는 바람을 쐬러 나간다. 큰 나무가 있고 나뭇가지에 크고 기이한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날개와 몸통은 독수리를 닮았고 목은 백조처럼 기다랗다. 새가 내게로 날아온다. 쏜살같이 달려든다. 괴물 같은 새이지만 나는 무섭지 않다. 나는 왼손으로 새의 목을 잡고 눈을 바라본다.


잡은 새를 가지고 집으로 온다. 아버지가 그게 뭐냐고 묻는다. 나는 이 새의 날개로 조끼를 만들려고 한다고, 두 팔을 끼워 조끼를 입는 행위를 보여준다. 아버지가 새를 내려다본다. 새는 죽은 듯 축 늘어져 있는데, 눈동자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다. 죽은 척하고 있다가 기회가 되면 내 손을 벗어나 날아가려는 것이다.


새가 말한다. 너는 나를 잘못 알고 있구나. 너는 나를 독수리로 착각하고 있고. 그래 착각할 만도 하지. 내가 독수리를 꿈꾸었으니. 나는 독수리처럼 높이 날지 못해. 진흙 속에 가느다란 발을 담그고 물고기를 바라보지. 독수리처럼 바람의 길을 내려다볼 수도 없고 막강한 포식자가 될 수도 없어. 될 수 없는 것을 꿈꾸고 있을 때 너를 보았어. 드디어 너를 만났어. 이제야 네가 나를 제대로 본 거야. 나는 너에게 잡혀 주었어. 나를 요리해서 먹고 나의 깃털을 입어. 나를 죽이고 요리하고 옷을 해 입을 용기 없이는 너는 이 집을 나갈 수 없을 거야.


20251224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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