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지배의 정신
나는 책을 일을 때마다 글자를 읽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글을 읽어도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들여다보고 곱씹어야 비로소 글의 뜻을 알곤 했다.
이처럼 글을 읽다 보니 책 한 권을 읽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책을 쉽게 읽는 데 나는 그들처럼 읽지 못했다. 누가 속독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가 가르쳐주는 대로 책을 읽으니 읽는 속도를 빨라지는 데 문제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결국 속독을 포기하고 다시 예전처럼 천천히 글을 읽었다. 이 편이 쉬웠기 때문이다.
송나라 유명한 학자인 왕안석은 독서라는 그의 시 '독서'에서 안광지배를 말한다. 안광지배(眼光紙背)란 눈빛으로 종이의 이면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다. 이는 실제 종이를 뚫으라는 말이 아니다. 종이가 뚫어져라 글자를 보고 글자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이해하라는 말이다. 진정한 독서는 눈으로 글자를 보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심연을 탐구해야 한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특히 이러한 감각이 더욱 선명해진다. 한 문장은 단순한 언어의 조합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세계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예를 들어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의 초현실적 변형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소외와 사회적 압박에 대한 깊은 은유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자를 넘어선 통찰력, 즉 안광지배의 능력이 필요하다.
철학자 가다머는 독서를 '지평의 융합'이라고 표현했다. 독자의 경험과 작가의 세계가 만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독서의 깊이를 경험한다. 안광지배는 이러한 지평 융합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을 넘어 글과 대화하고, 글을 해석하며, 글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창의적 행위이다.
디지털 시대에 안광지배의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표면적 의미를 넘어 깊이 있는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은 지적 생존의 핵심이다.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심층을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하다.
결국 안광지배는 단순한 독서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철학이자 태도다. 글자 너머를 보는 능력,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통찰력, 그리고 텍스트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지적 상상력. 이것이 진정한 독서의 본질이며, 안광지배의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