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철학 – 이 취미를 통해 배운 것들
이 취미를 통해 배운 것이 삶의 다른 부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매일 출근하며 3년 동안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의 시간이 글쓰기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과정이 되어주었다.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서 뭐가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질문처럼 들렸지만, 이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삶은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았다. 독서는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었다.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바꾸어놓았다. 책은 내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든 하나의 철학이 되었고, 그 철학은 글쓰기를 비롯한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저자의 질문에 답하고, 낯선 사고와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런 문장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점점 그것들이 나의 사고를 더 유연하고 넓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변해 있었다.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글쓰기의 방향을 고민하며, 문제를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이 습관은 글을 쓸 때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하는 작은 선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독서를 통해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과거에는 내 경험이 기준이었고, 다른 생각은 틀린 것으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다양한 시대, 지역, 배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세상은 단 하나의 시선으로는 결코 모두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책은 내 안의 고정관념을 조용히 흔들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태도가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너의 생각도 궁금하다'는 열린 마음으로 변했다. 이 변화는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화는 더 부드러워졌고, 갈등이 생겼을 때는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여유를 배웠다.
독서는 때로 나에게 거울이 되어 주었다. 어떤 책은 내가 잊고 있던 감정을 끄집어내 주었고, 어떤 책은 마음 깊은 곳에 눌러 두었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다.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였을 때 책 한 권은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우울할 때 읽은 김소연 시인의 산문은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고, 결정 앞에서 망설일 때 읽은 알랭 드 바통의 철학책은 조용한 용기를 건네주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일상을 다르게 바라본다. 이전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의 장면이 되고, 나에게 작은 의미로 다가온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노인의 손,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 들려오는 누군가의 대화 한 조각—이 모든 것이 책 속 문장처럼 다가와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책은 내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역사책으로 과거를 살아보고, 철학책으로 스스로를 의심해 본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확장되었고, 타인의 아픔을 더 이해하게 되었으며,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나는 인생의 여러 순간에서 다른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나의 삶의 언어를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일이다. 책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이 되어주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는 문장을 하나쯤 품고 살아가는 동안 나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