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재윤 Sep 04. 2021

포켓몬 빵 한 개와 스티커 두 장

시선을 바꾸는 일에 대하여

  힘의 크기는 스칼라(scalar)로 표현한다. 단, 스칼라는 힘의 크기만 표현할 뿐 방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힘의 크기와 방향을 모두 표현한 것이 벡터(vector)다. 스칼라와 벡터의 의미는 달리는 자동차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주어진 그림의 자동차는 30m/s 속력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는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30m/s라는 속력은 힘의 크기만 나타낸 스칼라이기 때문이다.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를 생각하자. 자동차는 오른쪽으로 30m/s만큼 달리고 있다. 자동차를 기점으로 오른쪽은 플러스 왼쪽은 마이너스로 두자. 자동차 엑셀은 1초에 5m/s만큼 속력을 높여준다. 엑셀을 4초 동안 밟으면 속력이 50m/s까지 올라간다. 엑셀은 달리는 자동차에 플러스 (오른쪽) 방향으로 작용하는 벡터다.

  오른쪽으로 30m/s만큼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 브레이크는 1초에 5m/s만큼 속력을 줄여준다. 브레이크를 6초 동안 밟으면 자동차가 완전히 완전히 멈춘다. 브레이크는 달리는 자동차에 마이너스 (왼쪽) 방향으로 작용하는 벡터다. 속력에 방향을 고려한 것이 속도다. 힘의 방향이 자동차의 속도를 결정한다.


벡터는 삶에서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중학교 2학년 때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른다. 소심한 성격 탓이었을까. 혼자가 편했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두려웠다. 여학생에게 말을 건네기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때 당시 내 별명은 개구리였다. 학원에서 날 괴롭히던 녀석은 개구리 뒷다리라고 소리치며 우산의 갈고리로 내 다리를 사정없이 집어 당겼다. 하루에 한 번씩 샤워하는 나에게 몸에서 개구리 비린내가 난다며 좀 씻고 다니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학원은 마치 갱도의 막다른 곳에 다다른 것처럼 나를 천천히 옥죄였다. 특히 자리를 바꾸는 시간은 지옥이었다. 아무도 내 곁에 앉기 싫어했기 때문에 내가 친구들을 먼저 피했다. 괜히 같이 앉으면 친구들에게 해를 끼치는 거 같았다. 나와 제일 친한 짝꿍은 내 가방이었다. 내 옆자리엔 내 가방이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학원 쉬는 시간, 교실은 시끌벅적했지만 내겐 아무도 말 걸어주는 이가 없었다. 그게 괴로워 쉬는 시간 때 난 항상 패딩을 덮고 엎드려 눈을 감았다. 그때 누군가가 내 패딩을 툭툭 건드렸다. ‘아 또 그 녀석들이구나’ 무시하려는 찰나 익숙하지 않은 말이 내 귀를 스쳤다.


“저기 재윤아 시간 되면 내려가서 나랑 같이 빵 먹을래?”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왜 나를 피하지 않고 다가섰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진 않았을까. 얼떨결에 나는 “어 그래”라고 대답했다. 어색했지만 누군가 내밀어준 손길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 친구와 함께 1층 문구점으로 내려갔다. 학원 밑 1층에 있는 문구점엔 내가 별로 들릴 일이 없어서 무척 낯설었다. 과자와 빵도 무슨 종류가 그리 많은지 난 이리저리 눈알만 돌렸다. 그런 날 보고 친구가 나에게 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 맛있어. 한 번 먹어봐.” SHANY이란 문구와 함께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초코롤 빵이었다. 빵 포장지를 뜯자 푹신한 초코롤 2개가 플라스틱 포장지 안에 들어있었다. 난 빵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렸다. 군데군데 박힌 초콜릿을 오도독 씹힐 때마다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내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마이너스 방향에 힘을 실은 벡터와 같다. 이와 달리 내게 플러스 방향에 힘을 실어준 친구가 있었다. 학원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포켓몬 빵을 사준 친구 덕분에 난 계속 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 그 친구는 날 괴롭히는 녀석들의 시선과 다르게 나의 외로움을 봤다. 절대로 타인의 마이너스 벡터에 자신의 방향을 얽매이지 않았다.


  어느덧 나와 그 친구는 스물두 살 청년이 되었다. 시간은 어느덧 6년이나 흘러버렸을 그때 일을 아직도 그는 기억하고 있을까. 오랜만에 그와 함께 치킨을 먹으며 그때 겪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너 그거 알아? 그때 너한테 스티커를 주면 참 좋아했었어.” 그는 눈을 반짝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거 있잖아. 포켓몬 빵 먹으면 항상 나오는 스티커. 난 딱히 필요 없어서 너 줬는데 그렇게 네가 좋아하더라고.” 그때 친구에게 포켓몬 빵 하나만 받았던 게 아니었다. 스티커 한 장을 더 받았다. 그저 받으면 내가 웃음 지었다고 하니까. 친구가 내게 베풀어준 포켓몬 빵과 스티커 두 장은 그때 나에게 보내주었던 따듯한 플러스 벡터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 마이너스 벡터에 얽매여 사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그때가 오면 잠시 우리들의 시선을 바꾸어 보는 건 어떨까.

이전 07화 내가 바라야 했던 아름다운 속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