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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재윤 Nov 27. 2021

첫사랑에게 닿을 수 있을까

너에게 갈 수 있는 경로는 존재하는 걸까

  독일에 쾨니히스베르크라는 도시에 대대로 내려져 오는 의문의 수수께끼가 있다. “쾨니히스베르크에는 프레겔강이 흐르고 그사이에 섬이 두 개 있다. 그리고 두 섬을 연결하는 7개의 다리가 있다. 이때 각각의 다리들을 한 번씩만 지나 건널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하는가?” 이 문제는 스마트폰 게임으로도 많이 접해 본 한붓그리기가 가능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문제와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s://m.khan.co.kr/article/200712180939241#c2b

  

그림에서 서로 다른 4개의 지역을 점 A, B, C, D로 나타내고 7개의 다리를 선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mathpark.com/312

  이처럼 점(꼭짓점)과 선(변)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그래프라고 한다. 수학자 오일러는 어떤 그래프를 줬을 때 한 꼭짓점에서 시작하여 펜을 떼지 않고 모든 변을 한 번씩만 지나는 것은 두 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붓그리기가 가능한 경우는 두 가지 경우뿐이다.


  첫 번째는 모든 꼭짓점에 연결된 변의 개수가 짝수인 경우. 두 번째는 단 두 개의 꼭짓점에 연결된 변의 개수가 홀수인 경우다. 즉 홀수의 개수가 0이던가. 혹은 단 두 개의 홀수만 가지던가.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는 한붓그리기가 가능할까? 각각의 꼭짓점에 연결된 변의 개수를 세어보자. A는 3개, B는 5개, C는 3개, D는 3개이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는 꼭짓점에 연결된 변의 개수가 모두 홀수이므로 한붓그리기가 불가능하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는 애초에 가능한 경로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내 첫사랑처럼.


 중학교 2학년, 사춘기가 시작할 때 즈음 난 집 근처 학원에 다녔다.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났다. 검은색 단발머리의 소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예뻤다. 수업시간에 그녀가 고개를 돌리면 나는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거두었다.

  학교 수업에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학교에 있으면 그녀의 얼굴이 교실 칠판에 아른거렸다. 일상은 어느새 그녀 생각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러다 가슴이 터져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해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란 걸 잘 알았다. 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으니까.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녀는 분명 다른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왕따에게 고백이나 받았다고. 날 괴롭히는 녀석들이 왕따 예비 신부라고 깔깔 웃을 게 분명했다. 그녀를 사랑하는 일은 그녀를 불행히 만드는 일이다. 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나를 싫어했다. 4월 어느 봄날, 학원 복도에서 그녀가 친구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아 배재윤 걔 너무 짜증나.” 그 말을 듣고 난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난 그녀에게 못났고 불편한 사람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숨을 헉헉 뱉으며 학원 바깥을 뛰쳐나갔다. ‘그래 애초에 그녀와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구나.’ 학원 바깥엔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난 비를 맞으며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내 첫사랑은 나만의 짝사랑으로 끝났다.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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