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이에요
3+4×5는 4×5를 먼저 계산하고 3을 더한다. 왜 덧셈을 미루어 계산할까? 곱하기는 더하기를 여러 번 하는 계산을 간단히 나타낸 것이다. 4+4+4+4+4=4×5, 즉 4×5=20이다.
곱하기의 의미는 사각형의 넓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가로의 길이가 5, 세로의 길이가 4인 직사각형의 넓이는 4×5=20이다. 4×5는 가로의 길이가 1이고 세로의 길이가 4인 직사각형을 5번 더한 것이다.
3+4×5=23이란 식을 더하기로 풀어 쓰면 3+4+4+4+4+4=23이다. 3+4×5에서 덧셈을 먼저 계산하면 7×5=35이므로 정답과 다르다.
사칙연산에서 나누기를 먼저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누기는 빼기를 여러 번 하는 계산을 간단히 나타낸 것이다. 사탕 12개는 4개씩 3번 덜어 먹으면 모두 없어진다. 이를 뺄셈으로 나타내면 12-4-4-4=0이다.
12-4-4-4=0은 나눗셈으로 12÷4=3이다. 뺄셈으로 나타낸 나눗셈에서 12는 덜어지는 수, 4는 한 번 덜어내는 수, 몫은 모두 덜어낸 수를 말한다. 16-12÷4는 16-3=13이다. 뺄셈을 먼저 계산하면 4÷4=1이므로 정답과 다르다. 즉 곱하기와 나누기를 먼저 계산하고 더하기와 빼기는 미루어 계산해야 옳다.
곱하기와 나누기를 미루어 계산하는 것은
마치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는 것과 같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가수 아이유가 쓴 〈밤 편지〉의 가사다. 스무 살부터 불면증을 앓아온 그녀에게 잠은 무척 소중했다. 반딧불을 띄워주겠다는 말은 당신만큼은 편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꾹꾹 눌러쓴 것이다. 사랑이란 말 대신 창 가까이 반딧불을 띄워주는 일. 그녀만의 쑥스러운 사랑 표현이다.
아이유처럼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쑥스럽다. 마치 숨겨둔 일기장을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띄우는 듯하다. 특히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말 한마디가 이토록 어렵다니. 부모님께 끊임없이 “아들아 사랑한다.”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말이다. 기회가 주어지는 날은 어버이날이다. 그날만큼은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을 거 같지만 번번이 뒤로 미루었다.
2020년 5월 8일, 다시 어버이날이 찾아왔다. 난 잠깐 본가를 떠나 서울 자취방에 있었다. 전화로 잠깐 연락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전화를 할까 망설이다 결국 못 했다. “저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한마디가 어찌 이리 힘든 걸까.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선물 목록을 뒤적였다. 휴대용 안마기, 홍삼액 등등을 살펴보다 카네이션 화분을 드리기로 했다. 얼마 전, 선인장 화분에 꽃이 피었다고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 색깔은 꼭 분홍색으로 골라야겠다.
분홍색 카네이션 꽃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쑥스러워도 괜찮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기보다 먼저 곱하고 나누어야지.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미뤄왔던 일을 단번에 끝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