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재윤 Sep 11. 2021

AI가 우리에게 가르칠 수 없는 것은

연역법으로 알게 된 선생님의 사랑

  수학에서 연역법이란 공리와 공준을 이용하여 원하고자 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공리와 공준은 증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는 수학적 성질을 말한다. 수학자 유클리드는 다섯 가지 공리(Axiom)와 공준(Postulate)을 토대로 465개나 되는 수학 문제를 연역법으로 증명했다.


  “한 선분을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를 유클리드가 제시한 방법으로 해결해보자. 증명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공리와 공준은 다음과 같다.


유클리드의 1번 공리

1. A는 B이고 A는 C와 같다면 B와 C는 같다.   


유클리드의 1번과 3번 공준

1. 두 점을 잇는 선분을 그릴 수 있다.
3. 한 점에서 반지름을 갖는 원을 그릴 수 있다.


두 점을 잇는 선분 AB를 그리자. (1번 공준) 두 점 A, B를 중심으로 하는 두 원을 그리자. (3번 공준)

두 점 A와 C, B와 C를 잇는 선분을 그리자. (1번 공준)

 선분 AB와 BC는 중심이 B인 원의 반지름이므로 서로 같다. 선분 AB와 AC는 중심이 A인 원의 반지름이므로 서로 같다. 따라서 선분 AC와 BC는 같다. (1번 공리) 따라서 선분 AB를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 증명이 끝났다.


  연역법은 출발점이 중요하다. 공리와 공준처럼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어야만 한다.


  교사란 교과 지식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 명제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의 역할은 위기에 처해있다. AI 기술 때문이다.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도 못 읽는 아이들》에 따르면 AI 기술이란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가진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갤럭시의 음성 인식 서비스인 빅스비 혹은 유튜브 알고리즘 기능처럼 말이다.


  런던의 페이크먼 초등학교 학생들은 “서드 스페이스 러닝 기법(Third Space Learning)”이라 불리는 AI 기술로 수학을 배운다. 서드 스페이스 러닝 기법은 각각의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개별 학습을 가능하도록 하며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지도 교사와 학생 간 학습 과정의 성공사례들만 따로 모아둔다.

2. 성공사례들을 튜토리얼 데이터로 분석한다. (여기서 튜토리얼이란 학생에게 여러 가지 유형의 수학 문제를 제시하고 수학 문제를 풀어가며 풀이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3. 튜토리얼 데이터를 학생에게 제공한다.

 

   AI 기술이 훨씬 발전한다면 교사는 지식 전달자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교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공리는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 점심시간 때 일이다. 교실 뒤편에 초등학생 10명은 거뜬히 들어갈 고무매트가 있었다. 그곳에서 난 친구들이랑 닭싸움하며 놀았다. 하루는 친구들과 닭싸움을 하다 뒤로 풀썩 쓰러졌다. 그런데 옆에 있던 친구가 총총 뒷걸음질하다 내 배를 지르밟았다. 난 ‘억!’ 소리를 내며 매트를 이리저리 뒹굴었다.

  그때 복도에 계셨던 담임선생님은 황급히 내게 달려왔다. 그녀는 4층인 6학년 교실에서 1층에 있는 보건실까지 냅다 달렸다. 선생님의 기다란 머리카락에서 좋은 샴푸 향이 느껴졌다. 난 훌쩍이며 선생님의 어깨를 꾹 부여잡았다.

  양호실에 도착한 선생님은 날 침대에 눕히곤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눌렀다. 난 아파 얼굴을 찡그렸다. “체했구나. 이렇게 계속 누르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훌쩍이는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20분 동안 쉬지 않고 내 손을 꾹꾹 주물렀다.

  그날 이후 가끔 배가 아프면 무의식적으로 엄지와 검지 사이 부분을 꾹꾹 눌렀다. 지금도 변함없다. 아마 그날 선생님이 전해준 사랑 덕분이었을 테다.



 

   교사란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공리로부터 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만약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가진 AI가 등장하여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더라도 그것이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이 증명은 수백 만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 16화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