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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식 삼계탕

영혼의 치킨 수프

by Art Around Jan 10. 2025

신주에 도착했을 때 나는 무척 피곤했다. 아니, 사실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무척 피곤했고 보통은 출장을 가면 한국에서보다 시간이 여유 있기 때문에 오후 6시 정도 호텔에 도착하면 짐을 풀고 다음 날을 위해서 밥도 안 먹고 우선은 푹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인생은 항상 소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청개구리 성향이 있는 건지. 준비가 다 된 현장을 기대하며 도착한 나에게 보인 건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아니, 차라리 정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게 나았겠다 싶을 정도로 엉망으로 세팅된 현장이었다. 너무 놀란 내 표정을 보고 현장에서도 놀랐는지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금부터 다시 하면 된다며, 내가 체크인을 하고 쉬고 있으면 우선 자재상이 문을 닫기 전에 자재상부터 가서 재료를 사서 밤새도록 다시 해놓겠다는 말로 몇 번이고 나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엉망인 현장을 본 나는 도저히 그렇게 내버려 두고 방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도 올라가 보지 못하고 짐은 방으로 올려달라고 리셉션에 부탁한 뒤 나는 이미 어두워진 신주의 구도심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피스디포, 링코 같은 도저히 제대로 된 자재를 팔 것 같지 않은 상점들을 몇 군데나 돌았고(이미 7시가 넘어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은 시간이었으므로) 그곳에서는 우리가 필요한 것보다 너무 작은 사이즈의 합판을 팔거나, 한 종류의 합판이 1, 2장밖에 없어 필요한 수량에 모자라거나… 여러 가지로 부족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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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신주의 정말 오래된 골목에 있는, 개인이 하는 목재상. 인터넷에서 찾아서 전화를 했는데, 거의 유일하게 전화를 받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 밤에 20분을 더 달려서 갔다. 한국에서 옛날에 보던 앞은 가게, 뒤는 가정집인 그런 형태의 가게였다. 가게의 셔터는 내려져 있었고, 도착해서 전화를 하자 생선 반찬으로 저녁을 먹으며 간단히 반주를 하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나왔다. 여기에는 우리가 원하던 모든 것이 있었고, 아저씨는 지금은 술을 마셔 운전을 할 수 없지만 내일 아침 일찍 현장으로 와서 점심 전에 모든 것을 완성해 주겠다고 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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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니는 동안 왜인지, 아니면 당연한 일인지 나는 점점 더 아파졌는데 이런 나를 보고 대만에 친구들은 치킨 수프를 먹어야 한다며 끌고 갔다. 정말 정말 로컬들이 가는 집이라고 했는데, 가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마치 부산 수영에 '나룻터국수'처럼 가게 입구는 마치 주차장 같았고 차들 뒤로 보니 다 쓰러져 가는 가게 입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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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 쓰러져가는 집에 너무 비싼 차도 주차되어 있어서 아, 여기는 정말 진짜 동네 맛집이구나, 싶었다. 스텐 식탁과 플라스틱 의자가 대충대충 놓여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없었고 가게 점원이 앉으라는 대로 조그만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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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야채 반찬, 두부 반찬 등이 있었는데 이 집의 메인 메뉴는 요즘 한국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루러우판(오랫동안 졸인 돼지고기를 잘라 올린 덮밥)과 닭다리가 하나 들어간 대만식 삼계탕이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버섯이 들어간 삼계탕이고 인삼이 들어간 것도 있었는데 나는 대만식 장아찌가 들어간 삼계탕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노각과 비슷한 것을 간장에 조린 장아찌를 같이 넣고 닭과 함께 삶은 것인데, 그래서 다른 삼계탕과는 다르게 국물이 간장색이지만 그렇게 짠맛이 강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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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은 것은 메뉴 제일 위에 있는 Braised pork rice(NTD 40)와 네 번째에 있는 Stewed Chicken with Souced slice Cucumber(NTD 90).


세상에서 가장 나라와 종교를 따지지 않고 보편적으로 먹는 고기가 닭고기라고 한다. 어느 나라를 가도 닭을 이용한 국물요리는 있다. 그리고 어디에서 먹어도 그다지 호불호가 없는 것 같다. 삶은 닭고기와 따뜻한 국물을 거부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영혼을 덥히는 수프라면, 역시 소고기도 아니고 돼지고기도 아닌, 닭고기 수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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