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세이]
나는 풍경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정 작업을 거친 경치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에게 사진보다 아름다운 곳을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바닷속이라고 말하겠다. 광원이 없어서 그림자가 지지 않기에 사진과 실제 풍경에 차이가 없고, 눈으로 보는 풍경이 사진이나 동영상보다 더 아름답다. 무섭기만 했던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바다를 무서워하던 내가 수심 수십 미터 아래까지 내려간 건 순전히 아들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익사한 시신을 보았는데, 그때부터 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아들이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 때도, 스쿠버 다이빙을 할 거라고 했을 때도 내게는 두려움 외에 다른 개념이 없었다.
다이빙 스쿨에 도착해서 붉은 노을 아래 꽃향기에 취해 식사할 때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가 일었다. 얕은 바다에서 시작된 훈련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투명하게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산호와 화려한 색의 물고기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수가 거듭될수록, 수심이 깊어질수록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잠수를 하루 앞두고 나는 아들과 배 위에서 다투었다.
도저히 못 하겠어, 너무 힘들어, 그만할래. 아니, 내일 하루만 더 하면 되는데, 그래야 자격증이 나오는데 포기한단 말이야? 이 나이에 자격증 따서 뭐 하게. 힘들어서 죽겠단 말이야, 내가 너하고 같아? 안 돼, 꼭 가야 해, 내일 가는 데를 보려고 이제까지 힘들게 훈련한 거잖아.
다이빙 마스터가 아들과 나의 눈치를 보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 터였다. 뱃전을 가르는 하얀 물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에 모터 소리가 잦아들었다. 냉정을 되찾은 나는 아들에게도, 다이빙 마스터에게도, 보트를 모는 조수에게도 미안했다. 내일 잠수 위치까지 가서 내려갈 건지 돌아올 건지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보트에서 내렸다.
먼바다에 커다란 흰색 배가 여러 척 떠 있다.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는 하늘과 푸르디푸른 바다와 방카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방카는 지붕이 있는 배인데 양쪽 옆에 배를 지탱하는 대나무가 붙어 있어서 위에서 보면 독수리가 날개를 편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모터보트에서 방카로 옮겨 탔다. 다이빙 장비가 뱃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배에는 대여섯 명의 백인이 이미 타고 있었다. 내가 잠수하겠다고 하자 아들보다 다이빙 마스터가 더 좋아했다. 방카가 깊은 바다로 나아가는 속도만큼 물색이 점점 짙어졌다.
풍덩, 풍덩. 풍덩 소리와 함께 뱃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바다 위로 떨어졌다. 바다와 등지고 앉은 자세에서 몸을 조금만 뒤로 기울이면 산소탱크 무게 때문에 저절로 바다에 떨어진다. 나도 바다로 빠져들었다.
마스터의 수신호를 따라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부챗살에 그물을 붙여 놓은 것 같은 산호, 나뭇가지 같은 빨간색 산호, 산호초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노랑, 빨강, 파랑의 예쁜 물고기들, 다이버를 따라다니며 헤엄치는 잭피쉬 무리, 거북이 등에 붙어 있는 두 마리의 빨판상어, 볼거리가 수도 없이 많았다. 마스터가 내 손을 잡아끌더니 축구공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청록색 동그란 물체에 가져다 댔다. 벨벳보다 더 부드럽다. 이게 뭘까? 어쩌면 이렇게 부드러울까? 생물일까? 생각할 새도 없이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투과되는 햇빛의 양이 적어지며 점점 어두워졌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았다. 무수히 많은 공기 방울이 보글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저 아래 다이버들이 있다는 증거다. 어두운 푸른색 물 아래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나는 풍경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정 작업을 거친 경치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에게 사진보다 아름다운 곳을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바닷속이라고 말하겠다. 광원이 없어서 그림자가 지지 않기에 사진과 실제 풍경에 차이가 없고, 눈으로 보는 풍경이 사진이나 동영상보다 더 아름답다. 무섭기만 했던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는데 마스터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더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늘거리는 물살이 점점 밝아지더니 내 머리가 물 위로 솟아올랐다. 나는 방카에 올라 장비를 벗었다.
마스터가 오늘은 정말 다이빙하기에 좋은 날이라고 했다. 빨판상어가 거북이 등에 두 마리나 붙어 있는 것을 본 건 행운이며, 벨벳처럼 보드라운 해면을 만져본 거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귀에서 삑 소리가 나며 아팠으나 첫 경험의 흥분과 감동이 훨씬 컸다. 숙소로 돌아와 진분홍 꽃 위로 떨어지는 저녁노을을 보며 감자튀김을 곁들여서 맥주를 마셨다.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정말 고마워.
나는 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는 풀밭에 담요를 깔고 누워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바라보았다. ‘남쪽 나라 십자성은 어머니 얼굴, 눈에 익은 너의 모습 꿈속에 보면~~.’아버지가 고향을 그리며 부르시던 유행가 속의 그 십자성이 아주 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