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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Jul 26. 2017

아직도 생소한 직업,
남자 간호사로 산다는 것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데일리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세상엔 신기한 직업이 많고, 간호사라는 직업이 신기한 직업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나처럼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면 어느새 신기한 직업이 되어버린다. 남자 간호사로 사는 내 이야기이다. 나는 어느 3년제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병원에서 남자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노인 병동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이곳은 남자 간호사와 여자간호사가 동시에 일을 하고 있는데, 노인성 질환으로 입원하거나 내원한 환자의 간호를 돕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1환자 1간호사의 규정이 있으나 국내는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간호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노인 병동은 그러한 근무처 중 하나다.


 노인성 질환 중 업무 강도가 높은 것은 두 종류인데, 하나는 외과적 처치 및 위생 행위이다. 외과적 처치는 무엇이냐 하겠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은 그러한 부분이 절실히 필요하다. 거동하지 못해 오래 누워있는 환자는 등, 엉덩이처럼 침대에 닿아있는 부분에 욕창이 발생한다. 그것 때문에 환자를 여러 자세로 주기적으로 바꾸게 하곤 하지만 질병상 그것이 안되는 환자들도 많다. 그러면 그런 부분의 고름을 짜거나 연고제나 거즈 등으로 드레싱을 해야 한다. 부위가 부위이다 보니 남자 간호사는 남자 환자들의 처치를 하는 편인데 이게 아주 고역이다.


 또한 대소변의 컨트롤이 안되는 환자분들이 종종 계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저귀 착용과 후 처리를 하게 되는데, 오히려 이 부분은 처음에나 힘들지 나중에 적응되면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다. 여자간호사들은 이런 부분을 힘들어하긴 하지만 역시나 경력이 쌓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남자 환자도 거뜬히 처치하곤 한다.


두 번째는 치매환자에 대한 대응이다. 치매환자의 경우 유아 퇴행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합병증이 있는 경우라면 활동성이 적어 외과나 위생 처치 말고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그렇지 않은 환자의 경우 간호사들의 업무 중 사고도 발생하는 편이다. 아이가 떼를 써도 곤란한데 어른이 떼를 쓰면 더욱더 곤란하고 위험한 일이 생긴다. 요즘은 영양상태가 좋아서 노인들도 힘이 세다. 남자 간호사 두 명이서 제압하기 어려운 덩치 큰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유아적 사고를 보이며 주변에 있는 물건을 던지거나 몸을 휘두르는 등 간호사들이 다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그렇다고 환자를 강제 구속하려 하면 보호자들의 항의에 최소한의 제한적인 행위만 할 수 있다. 환자의 격한 행동을 막기 위해 잠시 구속복을 입히는 것은 인권침해급으로 받아들이면서 간호사들의 팔에 얻어맞고 발길질들 당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등의 행위는 보호자들이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사과도 하지 않는다.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고스란히 안고 있고 인력은 언제나 부족하다. 노인 병동의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다.


다음으로는 폐쇄병동이었다. 정신과에서는 증상이 심하거나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 폐쇄병동 입원을 권장 하곤 한다. 대학병원에 존재하는 폐쇄병동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감옥 같은 곳은 아니고 그냥 일반 병실 생활실 간호사실이 있는 구조와 똑같은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용 강화 투명 플라스틱, 이중 출입문과 잠금장치, 상담실, 격리실 등이 존재한다. 


노인 병동에서 힘들게 일하다 이쪽으로 부서 이동을 하였을 때 나는 별의별 생각과 걱정을 다 했으나 막상 와보니 그리 힘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고, 각자의 사정이 환자들에게 측은한 마음도 들고 친해지고 싶은 환자,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환자들도 많았다. 마음의 병이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그런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많이 하게 된 공간이었던 것 같다.


가끔은 한 달 정도 폐쇄병동에 입원해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격리되었던 환자가 다른 환자를 무거운 책으로 심하게 폭행하여 재어 격리되는 모습을 보고는 그 생각이 싹 가시긴 했다. 지금은 개인의원으로 이직하여 근무 중이긴 하지만 만약 대학병원으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또다시 폐쇄병동에서 일하게 될 것만 같다. 남자 간호사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겁고 매력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의 인식만 조금 개선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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