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축제에 나부끼는.
뉴욕에 이사온지 만 1년이 되었다.
겨울이 딱히 없는 캘리포니아에
뉴욕으로 이사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눈이 오는 겨울을 딸과 함께 하는거였다.
어른이 되니까
여름은 너무 후덥지근하고
겨울은 너무 춥고
눈은 지저분해서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뜨거워서 헥헥대는 여름과
입김이 호호 나오는 겨울을 그리워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적 즐거운 기억은
모두 여름 아니면 겨울에 있었다.
뜨거운 여름밤에
슬리퍼를 신고 동네 제과점에서
엄마 아빠 동생과 빙수를 먹던 기억,
뜨거운 모래밭을 앗뜨거 앗뜨거하며
콩콩 뛰어 가로질러
차가운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던 기억.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
얼굴이 빨갛게 트도록
뛰어놀면서 눈사람도 만들고
발자국이 아직 없는 눈 위로 뛰어들던 기억,
목도리를 꽁꽁 싸메고
비닐천막에 옹기종기 끼어들어가
후후 불며 오뎅꼬치를 사먹던 기억.
출근이라든지
직접 운전을 하게 되면서부터
재난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무더위와 폭설등.
이들을
삶의 축제로
그녀와 즐기고 싶어졌다.
아이를 낳은 후,
언젠가부터 한풀 꺾였던
인생에 대한 욕심,
에너지등이 다시 폭발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불평불만이 많고
슬슬 지쳐가던 인생을 향한
나의 태도가
다시 폭신 폭신해진다.
오늘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이전같으면
미끄럽고 질퍽댈 길바닥에
한숨이 쏟아져 나왔을텐데,
오늘은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방과 후까지 눈이 쌓일까?
눈이 쌓인다면
아이를 데리러 갈때
스노우 부츠를 들고 가야겠다.
센트럴 파크 언덕에서 엉덩이 썰매를 타야지.
양 볼이 새빨개지고
손이 시려워 어쩔줄 몰라하고
눈길에 미끈덩 넘어지면서도
까르르 얼마나 좋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