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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ob 심지아 Aug 21. 2018

결혼 6년차, 사랑 31년차

Caring is new Loving



처음으로 남자애를 좋아한건

국민학교 (난 국민학교를 다녔다.) 같은 반 애였다.

좋아했다고 말하기 부끄럽게 이름도 기억을 못한다.

양씨라 별명이 양산이었던것만 기억한다.

얼굴이 하얗고 머리가 꼬불거리는 애였다.

금새 전학을 가서 길게 좋아하지도 못했지만

양산을 시작으로

나의 사랑의 짝대기는 쉴 틈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남자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남녀 공학이었던 중학교때는 아주 내세상이구나 하고

쉼없이 누군가를 짝사랑했고

여고를 다니는 동안은 일단 급한대로

선생님이나 연예인이라도 찍어두고 좋아했다.


대학생이 된 후 합법(?)적으로 데이트를 하고 다녔고

쉼없이 연애를 하거나 쉬는 기간동안은

곧 다가올 미래의 사랑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20대에 씁쓸한 연애의 기억 몇개를 남기고

미국에서 학교 졸업 직 후

우연히 가게 된 바베큐 파티에서 남편을 만났다.

띠로리~ 하고 노래라도 틀어주어야 할것처럼

가히 운명적인 만남이었고

이 세상에 둘 도 없을 세기의 사랑에 요란히 빠져들었다.


남편 (당시 남친)은

너를 이제야 만난게 너무 아깝다, 라고 말했다.

20살에 만났으면

내 수명 안에서 10년 더 너를 알았을텐데. 라고.

잠을 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자는 동안은 눈을 감아야 해서

상대를 볼 수 없으니까.

친구들은 꼴보기 싫다고 우리를 만나길 거부했고

그러든지 말든지 우리의 사랑은

불광동 휘발유라도 끼얹은듯 활활 타올랐다.


학생 비자로 있었던 내가

미국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와

롱디를 제안하자

미국 시민인 남편은 그냥 혼인신고를 해서

그냥 미국에, 자기 옆에 있으면 어떻냐고 했다.

그렇게 만난지 5개월만에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듬해 나파 와인컨트리에서

로맨틱 코메디에 나올법한 예쁜 빅토리안 양식의

하얀 베드앤브랙퍼스트를 빌려 가든 결혼식을 올렸고

남편은 처음 데이트를 했을때 내게 불러주었던

Frank Sinatra 의 The way you look tonight 을

하객들 앞에서 불러 몇몇 노처녀를 울렸다.


일년이 지난 후 임신을 했고,

9개월 후 하진이를 낳았다.

향 후 2년간은 불의 지옥에서 돌아온 용사들처럼

피튀기며 싸움을 했다.

행복했던 시간들도 분명 많았을건데

너무 많이 싸워서 다른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참 무서운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

결혼이란 걸 했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미워하기도 하고

하는 수 없이 옆에 머물며

상대방과 나를 고문하게 되는 시간들을 경험한다.


불같았던 절절한 사랑도

죽일듯이 싸웠던 미움도

사그러들고 난 자리에는

누구보다도 그를 케어하는 마음이 남았다.


커다랗고 빨간 하트에 불을 붙이니

그것이 녹고 녹아서 넓고 넓은 들판이 된 듯

내 사랑의 모습은 변화했다.


흔히 사람들은 그런 변화한 모습을

연소되어 사라졌다고 착각하기도 하고

또는 사랑이란 이전에 우리가 알았던 것처럼

가슴뛰는 것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봄이 끝나면 여름이 시작되고

끈적이는 장마철이 끝날즈음

가을이 찾아오듯이

사랑에도 계절이 있을 뿐이다.


좋은것을 보면 남편과 함께 하고 싶다.

맛있는 것을 보면 생각나고

늘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염려가 있다.

종교는 없어도 주말마다 남편 따라서

몸만 가고 있는 성당에서

종종 기도를 하게 되는데

그 기도안에는 늘 남편이 있다.


그저 사랑만 나누던 연인이

모든것을 함께하는 인생의 파트너로

변화하는 과정은 쉽지가 않다.


Care한다, I care about you.

한국어로 적당히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데

직역하듯 너를 신경쓴다 걱정한다

와는 뜻이 좀 다르다.

우리나라 말에 “정”이라는 말이 영어에 없듯이

I care about you. caring 이라는 말은 한국어로

적당한 뜻이 없지 싶다.

정 과는 개념이 다르지만,

관심이 있고, 걱정하고, 염려하고,

그의 개인적 발전을 바라고 지원한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마음 아픈 일들도 많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육아라든지 시간이라든지

모든것을 공동 책임지고 나누어야 하는 상대라

어쩔수 없이 종종 부딪치지만

그런 부딪침들과 Care 로 인해

나는 와이프며 엄마라는 역할 외에도

성장을 한다.

한명의 인간으로, 작가로, 사회인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며 늘 옆에서

그것을 지원해주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호들갑스럽지 않아도

매일같이 빽허그를 하지 않아도

종종 귀찮게 여길때가 있어도

사랑한다고 매일 말하지 않아도

몸에 안좋은걸 왜 먹었냐 잔소리에,

그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십시오 하는 기도속에,

상대방의 커리어를 위해 자청한 독박육아속에.

 

because I deeply deeply care ab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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