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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ob 심지아 Jul 25. 2018

집밥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주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남이 해준 밥이다.


난 원래 요리하는걸 좋아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차림을 즐겼다.

예쁜 그릇을 사용해서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꾸며 내고

그날 메뉴와 어울리는 플레이트 매트도 고르고

좋아하는 와인잔도 꺼내어 식탁위를 채워나가면

그 꽉차오는 마음.

다른 작업들같지 않게 먹어치워버리기 때문에

두고 두고 남아서 굴욕 히스토리를 남길일도 없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이엄마가 된 후

배로 늘어난 집안일로 요리는 더이상 즐거운일이 아녔다.

끝없이 줏어대도 뒤돌면 너저분한 집안,

매일 해도 매일 가득 쌓이는 빨래바구니,

거기에 하루 세끼 애 먹을것 어른 먹을것까지 하고 있으면

쳇바퀴를 시속 500키로로 매일매일 달려 결국은

온몸의 뼈가 물렁물렁해지는 기분이 든다.


쳇바퀴 집안일 중 최악질이 바로 밥인데

이유는 청소는 좀 밀려도, 눈감고 양말신고 살수 있고

빨래는 양말과 속옷을 많이 사놓는걸로 해결 된다.

하지만 먹는것은 미룰수가 없기에..

정말 바쁘고 힘들때 며칠씩 굶었다가

나중에 하루에 밀린 8끼니를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이 바람은 일본이나 프랑스등

맛있는게 많은 나라로 여행을 갔을때도

늘 간절하게 되는 것이다.  -


그 어떤 주부라 해도 똑같은 괴로움이 있을것이다.

게다가 워킹맘은 조건이 더 안좋다.

프리랜서인 반워킹맘이라 시간운용이 자유롭기도 하고

남편이 요리를 하면 부엌에 3차대전이 일어나기 땜에

그냥 내가 하는 편이 세계평화를 위해 좋다.


집밥 집밥하는데,

그냥 차려진 밥을 궁뎅이 붙이고 앉아 먹기만 하면 되는

사람들은 집밥이 엄마의 손길이네, 고향의 맛이네

온갖 미화를 다 하지만

그 책임이 지워지는 사람에겐

“집밥성선설”이 아주 웬수같을때가 많다.


메뉴 정해야지 - 창의력 요구,

시장도 봐야지 - 알뜰함 요구,

레시피 찾아야지 - 정보력 요구,

그 외에도 재료 다듬어야지, 불키고 서서 서성대야지,

그릇 꺼내어 담고 옮기고..

거기다가 한식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우리집에 사는 세 사람중

토종 한국인은 나뿐인데

나머지 두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나보다 더 하루도 한식없이는 못산다.


이런 어려운 나날중 단비같은 소식.

그것은 집밥 배달 서비스.

옆건물에 사는 나의 ‘뉴욕네이버’ 같은 한인 이웃이

그 자애로운 손가락을 뻗어 내게 번호를 공유해주셨다.


미리 카카오톡으로 그 주 메뉴를 보내주고

주문을 하면 일요일 저녁에 집으로 배달해준다.

이번주 메뉴는 위 그림과 같다.

어른둘 아이 하나 4-5끼니 정도를 먹을수 있는 양이다.


나도 엄마손맛 강요하는 “집밥성선설” 세뇌 피해자인지

그래도 내 가족밥은 내가 해줘야지,

김치찌개가 별거라고.

생선 금새 굽는데.

그까짓거 국 후다닥 육수내서 끓이면 그만이지.

이렇게 생각하고 주문하지 않고 버텼는데,

첫배달을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음식을 잘하시는 분에게 음식을 주문해 먹고

난 열심히 그림을 그려 돈을 벌자.

둘 다 제대로 못해 절절매지 말고 말이지.


냉장고에 각종 한식들을 꽉 채워놓고 나니

무언가 후련하면서 뒤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남자들이 와이프 어디 간다하면 첫말이

“내밥은??? 어딜가???” 한다는 걸까?

집에 돌아오면 먹을것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온 세상에 자랑을 하고 싶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

우리집에 먹을꺼 있어요!

일 끝나고 집에 가면서

뭐 먹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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