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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ndraw Jun 30. 2024

전시를 준비하며 5

액자를 맞췄다.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액자 맞추기, 날을 잡아 그림을 바리바리 싸서 액자집에 갔다.




시작부터 삐그덕 대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우선 가는 길부터 같은 길을 뱅글뱅글 돌며 엄청나게 헤매다가 겨우 목적지를 찾았는데, 주차장 가기 전에 그림을 먼저 전달하려고 잠시 정차하고 내리는데, 그림들이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벚꽃처럼 흩날렸다.


조용한 토요일 오전이었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다 쳐다보며 도와주겠다고 오셔서... 감사하고 괜찮다고 억지로 웃으며 주섬주섬 그림을 주워들었다. ㅠㅠ


 주차를 하고 돌아오니, 사장님이 그림을 잘 세팅해주셔서 바로 상담 겸 주문을 시작했다. 처음이라 아는 게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니 사장님이 그림 들고오는 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이 들어서 전시하려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까지 한다. 사장님은 용기 있는 일을 하는 거라며 응원해 주셨다. 그러면서 작년에 전시를 했으면 대박인데 왜 올해 하냐, 어차피 제 그림이 얼마나 팔리겠냐 등등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면서 서명도 마저 하고 더러워진 그림을 손봤다.


 도무지 내 그림이 어떤 컬러의 액자와 맞을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이것도 대보고 저것도 대보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드디어 컬러와 나무 종을 결정하고 견적을 받았다.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견적에 또 한 번 놀라기는 했지만, 이제 더 이상 돈을 쓸 곳도 없고 돈도 없는 것 같다. 월급을 갈아 넣고 있는 슬픈 전시이나, 내가 회사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지갑을 연다.




 시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아서, 이것저것을 쉬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 굿즈와 리플릿 같은 것들.   

 새벽, 조용한 거실에 앉아 내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적어 내려간다. 내가 써 내려가는 나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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