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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ndraw Jul 07. 2024

전시를 준비하며 6

그림 설치하는 날

아침부터 액자집에서 액자를 바리바리 싸들고 출발했다.


 팀장님이 일찍 나와서 주차와 짐 운반을 도와주셨고, 포장을 뜯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액자들을 펼쳐놓고 보니 알 수 없는 행복과 동시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머릿속에도 여러 번 그려봤고, 도면으로도 여러 번 계획을 세워봤지만 역시 현장에서 바뀌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좌우 배치가 완전히 바뀌어서 리플렛도 다시 찍어야 했다.(리플렛을 마지막에 찍는 이유가 있었다...) 

 

 얼추 맘에 드는 배치가 완성되어 본격적으로 그림을 걸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조명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우선 조도 조정이 안되어 멀리서 봐도 그림이 날리는 부분이 생겨서 조명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결국 100% 맘에 들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와이어 연결이나 조명 같은 것을 전혀 다룰 줄 모르는 바보라서 더 더 삽질을 많이했 했지만... 나중에는 능수능란하게 조명을 넣다 뺐다 하는 내 모습.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를 오롯이 맞으며 나는 행복했다... 고 생각하련다. 언니가 말하기를 "괜히 설치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는데 정말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삽질을 함께 해준 언니라는 사람... 고마워요 사랑해요 ㅎㅎㅎ


 그렇게 전시를 설치하고 굿즈까지 입고한 후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며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다. 그중에서도 지금 내 안에서 나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믿음, 내 그림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설치를 옆에서 같이 본 형부가 보내준 이상의 <권태> 중에서


어쩔 작정으로 저렇게 퍼러냐.

하루 온종일 저 푸른빛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오직 그 푸른 것에 백치와 같이 만족하면서 푸른 채로 있다.


푸른색은 그렇게 푸르게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 푸르름을 화폭에 담아 가는 #초록수집가이다.





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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