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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ndraw Dec 29. 2024

하와이 크리스마스 2

별일 없이 둘째 날


사실 여행을 위해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한 해 내내 회사에서 들들 볶이는 탓에 계획을 세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이들과의 장거리 비행을 어떻게 버티지 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



둘째 날 아침 일찍 해가 떴다.

일어나서 컵라면을 먹은 후 밖으로 나갔다. 풀숲 사이로 몽구스가 후닥닥 뛰어가는 것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 예약한 놀이 수업장소가 나왔다. 초5는 5세의 손을 잡고 정말 엄마 없이 둘이 가야하는거냐며 걱정했다. 재미있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내심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혹시나 선생님에게 연락이 올까 봐 주변을 배회했다. 커피를 한잔 받아서 해변 길을 걸을 때에도 연락이 올까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비현실적으로 좋은 날씨. 사람들은 벌써 자신의 몸을 햇볕에 맡긴 채 모래 위 선베드에 누워있었다. 걷다가 비어있는 선베드를 발견하고는 나도 잠시 앉았다. 내리쬐는 태양 밑에서 앉아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이들 걱정은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저 멀리 야자수와 바다를 그렸다. 작은 새가 종종걸음으로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았다. 사람들을 보았다. 비행기가 낮게 날아간다. 조금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반은 빠르게도 지나가서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니 처음 5분은 마리오카트 게임하느라 재미있었지만, 언어장벽도 힘들었는데 기침하다가 가래 튀어나온 동생이 엄마 보고 싶다고 징징대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다며 큰아이가 투덜투덜 투덜댔다.  각자에게 혼자면 또 가겠냐고 했더니 둘 다 절대 안 간다고 한다. 엄마를 위해 한 번 더 가주면 안 되는 거니…?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수업은 허무하게 끝났고...


점심을 먹고 또 수영장에 뛰어들어가는 어린이들

수영, 수영, 그리고 또 수영

나와 남편도 튜브에 엉덩이를 꽂고 앉아 유수풀을 돌았다. 가만히 하늘을 보면서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세상이 이렇게 어지러운데, 나만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하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우리는 전날 장에서 사다 둔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구워서 먹었다. 호화로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맥주를 나눠마시며 이야기했다.




특별히 한 건 없는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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