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아침 산책을 하고 아이들과 수영장에 갔다. 매일 색이 달라지는 팔찌가 5개가 되어 신이 났고, 유수풀을 돌고 미끄럼틀도 타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보았다. 날은 여전히 눈부시게 맑았다.
Ho’omalluhia Botanical Garden
마지막으로 숙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식물원으로 향했다. 각자 듣고 싶은 노래를 하나씩 넣어 24년 하와이 여행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들으면서 간다. 신나서 흥얼대며 가는 중에 대단히 크고 범상치 않은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돌아설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속으로 들어간다.
주차를 하고 인포메이션의 아저씨가 알려준 호수를 향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따라간다. 뜨거운 태양 아래 바나나, 카카오, 그리고 이름 모를 열대 식물들이 가득한 길을 지나 한참 걸어가니 커다란 호수가 나왔다.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씻어온 포도를 한알 입에 넣는다. 아이들은 호수로 달려가 물고기를 보고, 오리들을 쫓아다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오리를 쫓아다녔는데, 우리가 간식을 꺼내자 오리에 닭들까지 우리에게 온다. 아이들이 포도를 나눠준다.
그야말로 한가로운 초여름 풍경이었다.
다시 산을 되돌아와서 와이키키의 새로운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최저가 예약이라 멤버십 혜택 중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섭섭한 얘기만 듣고 체크인을 했는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큰 테라스에 바다까지 보이다니, 이 정도면 우리 가족은 대만족. 녹아내릴 것 같은 몸뚱이를 침대에 잠시 뉘었다가 쇼핑몰에 온다는 산타할아버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를 나서니 휴양지답게 해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햇살은 뜨겁고, 바다를 보면 가만있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어느새 신발이 모래투성이다. 어르며 달래며 로열하와이안센터에 도착했다.
#로열하와이안센터
크리스마스 공연이 이미 시작하고 있어서 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았다. 주변 아이들은 다 모여서 노래에 맞춰 천사들과 춤을 추고 있었다. 둘째도 쿠키맨 손을 만지작거리며 신나게 공연을 관람했으나, 공연이 지겹기만 한 초 5는 피곤하다며 아예 드러누워버렸다. 아빠와 저녁 먹고 있으라며 급하게 첫째를 보내고 둘째와 공연도 보고 천사들과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최고의 행사는 하와이 산타할아버지와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줄이 이미 두 블록을 넘어서있는 바람에 우리도 사진을 포기하고 밥을 먹으러 푸드코트로 갔다. 아쉬운 마음에 산타 할아버지 곁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지나가는데, 산타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니 나를 보며 손을 흔들어줬다.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하와이 산타할아버지라니…!
밥을 먹다 늦어진 딸과 단둘이 돌아오는 길에 훌라 공연을 구경했다. 빠르지 않지만 하늘과 땅의 기운을 끌어오는 것 같은 우아한 훌라 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그리고 옆을 보니 어느새 훌라 춤을 따라 추고 있는 어린이
같이 나와서 해변을 걸았다.
엄마 왜 여기는 따뜻해요? 엄마 왜 밤바다는 무서워요? 엄마 왜 밤이 돼요? 이런 질문을 잔뜩 하다가 갑자기 자기가 설명해 주겠다면서 모르는 건 다 물어보라는 척척박사 둘째와 길고 검은 해변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간다. 긴 하루를 딸의 손을 잡고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