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는데, 내 시간은 멈춰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었다.
생각도 해봤고, 머리속으로는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았지만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했고,
창을 열었지만 공기를 마실 힘도 없었다.
해야 한다는 마음은 계속 재촉했지만,
몸은 도무지 따라주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였다.
정말 하고 싶었다.
'해야 한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 몸은,
마치 더 이상 움직이면
정말 무너져버릴 것 처럼
한 발도 떼지 못했다.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눈을 잠깐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이미 해는 지고 있었고
내 시간만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나만, 아침과 같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이미 한참을 버텨온 사람에게
또다시 채찍을 드는 말이다.
해야 할 일 앞에서 멈춰 선 날,
나는 스스로를 자꾸만 탓했다.
'왜 이렇게 나는 안 될까.'
'왜 또 아무것도 못 하고 있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못하는 나'가 아니라
'이미 지쳐버린 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것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나는 그 앞에서 또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멈춰 서 있는 시간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일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아주 느리게라도 살아가는 중이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내 시간은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