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만으로도 힘든 날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해야 할 일이 분명 있었다.
생각도 했고, 머릿속으로는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나는 그대로 하루를 흘려보냈다.
처음엔 내가 게으른 줄 알았다.
왜 이렇게 하기 싫을까, 왜 또 이러지?
자책이 먼저 밀려왔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정말 하고 싶었고,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내 몸은,
더 움직이면 무너질 것처럼
단단히 굳어 있었다.
밤마다 불안한 생각들이 쌓였고,
수면은 자꾸만 얕아졌다.
아무 일도 안 했는데도 피곤했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지쳤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지침의 결과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럴 땐 쉬어야지."
하지만 쉬는 것도 조건이 필요하다.
쉴 수 없는 상황에서의 무기력은,
이미 쉼이 아니라 생존이다.
그날 나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끝냈다.
그 사실이 마음을 죄고, 더 나를 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하루는 결코 '아무것도 안 한 날'이 아니다.
나는 그날,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버텼던 것이다.
무기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가장 조용한 방식이다.
그것은 분명, 생존이라는 이름의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