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질 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냥 멈춘 날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을 꺼내는 일조차
너무 벅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나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
그 말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내 안에서는 수십 번의 생각이 오갔다.
괜히 민폐 아닐까,
이해받지 못하면 더 상처받을 텐데,
이야기한 다음에 무슨 말을 들어야 할지도 몰랐고
그냥 다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가
결국 마음에 다시 삼켜졌다.
말하지 않기로 한 건
참는 게 아니라,
지쳐서였다.
"괜찮아?"라는 질문에
"응, 그냥 좀 피곤해"라고 대답하는 순간마다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내 속을 들여다보지 않았고
나조차 나를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때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감정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날들이
조용히 쌓여 갔고
내 안의 마음은 자꾸 움츠러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마음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말하는 순간,
그저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만을 바라는 건
내 욕심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고,
차라리 말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됐다.
말을 하지 않게 되면,
생각도 점점 줄어든다.
생각이 줄어들면,
감정도 무뎌진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안으로 접혀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말하지 못한 시간'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말이 나오기 전부
마음이 먼저 무너졌던 날들.
침묵 속에도
분명 누군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