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천천히 무너지던 마음이 드러나던 어느 날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딱히 아픈 데는 없다고 대답했다.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식욕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몸은 멀쩡한데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고장이 나 있었다.
겉으론 웃고 있었고,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었다.
평소처럼 인사하고, 출근하고, 밥도 먹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 속에서
내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몸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을까.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다 괜찮아 보여야 하니까
내 안의 고통을 더 숨겨야 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병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천천히, 조용히,
마음의 생채기가 번져갔다.
그렇게 나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혼자 많이 아팠고,
아팠다는 사실조차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감추려 했던 마음의 고통이
겉모습으로까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눈 밑은 퀭하고,
말수는 줄었고,
예전에는 웃던 일에도 웃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말이 어눌해지고 느려졌으며,
움직임까지 둔해졌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고,
해야 할 행동조차 머뭇거리게 되었다.
마음의 고통이 내 몸 전체를 서서히 덮어버린 듯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 말에 잠깐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그렇게 까지 아파 보였구나...
그제야
나조차 인정하지 않던 내 아픔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마음이 아픈 날들은
증상 없이 앓는 병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그날, 나는 많이 아팠구나.
아니, 지금도... 아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