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말고, 강릉
강릉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도시로 1년 내내 크고 작은 축제들로 가득하다. 대도시에서 느끼는 변화의 속도 혹은 트렌디함은 더디고 덜할지 모르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이벤트들이 꽤 많다.
먼저, 매년 4월 초/중순경에는 경포대 일원에서 벚꽃 축제가 개최된다. 4.3km 둘레의 경포호수를 따라 심긴 벚꽃 나무 그리고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에 만발하는 벚꽃으로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쓰고 맞아온 지난 3년간의 봄날, 내년 봄에는 마스크 없이 마음껏 봄내음을 맞고 싶다. 강릉의 가로수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벚꽃나무여서 봄만 되면 동네 곳곳이 꽃대궐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강릉의 대표 축제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단오제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축제 중 하나로 음력 4월~5월 초 까지 강릉시 남대천 변을 중심으로 단오굿, 제례, 관노가면극 등이 펼쳐진다.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체험 행사 및 전국 최대 규모의 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단오가 되면 창포로 머리를 감는다는 전통의식도 강릉으로 이주하고 나서 직접 경험해 보았다. 단오장에서 강릉 사람들이 꼭 사는 물품이 있는데 바로, 이불이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단오장에서 이불 쇼핑을 해야 아쉽지 않게 여름을 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난장 마지막 날 방문하면 1+1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오면 강릉의 축제는 더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강릉 문화재 야행은 강릉을 대표하는 야간문화축제로 강릉 대도호부 관아 일원에서 펼쳐진다.
어느덧, 열 번째 문화재 야행을 개최하게 되면서 규모도 커졌고 시민들의 참여도와 관심도 무척 높아졌다. 강릉 대도호부사 부임행차 퍼레이드, 임영관 삼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버스킹 공연과 전시, 드론 라이트 쇼 등이 가을밤의 운치를 더해준다.
매년 10월이 되면 개최되는 강릉 커피 축제는 올해로 벌써 14회째를 맞고 있다. 강릉을 포함한 전국 유명 커피 업체들이 참여, 무료 시음회, 로스팅 대회, 핸드드립 퍼포먼스, 세미나 등이 펼쳐지며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이 가능하기에 커피 애호가들이라면 반드시 가볼 만한 축제다.
처음 강릉 커피 축제를 접했던 것이 2회 때였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규모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졌고 콘텐츠 또한 정말 풍성해졌다. 아직 아쉬운 점도 많지만 친환경 축제를 지향하면서 일회용품 대신 개인 텀블러 지참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은 박수받을 만하다. 축제를 진행하면서 발생되는 쓰레기 양을 보면 과연 이것이 꼭 해야만 하고 올바른 축제의 모습인가에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그밖에도 강릉에는 와인축제, 비치비어 축제, 누들축제, 로컬푸드 축제, 대관령음악제 등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이 있어 시민들에게는 생활 속 즐거움을 방문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준다. 헤밍웨이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고 말했다면 나는 "강릉은 날마다 축제"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