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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Oct 28. 2022

꽃 향기로 가득한 도시

이민 말고, 강릉 

일상 속에서 꽃이 주는 행복감은 쾌 크다.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진다는 말도 있지만 내 경우엔 꽤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생일을 맞은 내게 친구들이 두 팔로 안기도 힘겨울 정도의 안개꽃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꽃은 시들고 없지만 그때 그 기억, 향기만은 여전히 생생하다.       

   

뉴질랜드에서 가깝게 지냈던 지인 중 한 분은 꽃꽂이를 업으로 하셨던 교민이셨는데 이민을 오시기 전, 한국에서 전국 꽃꽂이 협회장까지 맡아 지내셨다. 지인 댁에는 예쁜 꽃이 꽂혀 있는 화병이 집안 곳곳에 놓여 있었고 도맡아 하셨던 교회 화훼 장식은 늘 아름다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곳에서 꽃을 공부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 부부가 신혼시절을 보냈던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는 정원의 도시(A City of Garden)라 불리는 곳인데 그 이름에 걸맞게 도시 곳곳의 공원뿐 아니라 시민들의 집 정원에서도 갖가지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작지만 멋진 도시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지만 뉴질랜드 마트에서는 식재료를 담듯 꽃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다. 특별한 날에만 꽃을 사고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꽃을 즐기는 그들의 문화가 무척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 부러워했던 그들의 문화를 더 이상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강릉에 살고 있다. 이곳엔 원예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신 덕분에 농협(원예) 하나로 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로컬에서 재배된 꽃을 구매할 수 있다. 비록 꽃 종류는 한정적이고 세련된 포장은 없지만 일상 속 꽃이 주는 행복감을 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로컬의 꽃을 구매해서 좋고, 합리적인 가격이라 좋다. 


로컬에서 재배된 스토크 


한 번은 정말 예쁜 색깔의 스토크를 보고 선물하고 싶은 지인이 떠 올랐다. 마트에 진열된 양으로는 부족해 꽃다발 바코드에 적힌 농부님께 전화를 걸어 직접 원예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싱싱하고 예쁜 꽃을 양껏 구입했다. 저렴한 가격에 사 가는 것도 죄송스러운데 넉넉하게 더 챙겨주시려는 마음 덕분에 우리 집도 지인의 집도 스토크 향기로 가득했더랬다. 


카페에서 지불하는 커피 한 잔 값이면 내 공간에서 일주일이 행복해지기에 마트에 가면 늘 장바구니에 꽃을 담게 된다. 참 근사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강릉에서는 꽃과 함께 하는 삶이 일상이 된다. 



강릉에서는 시민들의 문화 생활을 지원해주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내가 관심이 있게 찾아보고 참여하는 것 중 하나는 '플라워 클래스'다. 


여러 작가님들께서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시골 마을 따뜻한 분위기의 공방에 옹기종기 모여 꽃의 생김새와 이름을 알아보고 준비해 주신 꽃을 화병꽂이로, 핸드타이, 리스 등 다양한 방법들로 스타일링 해 본다. 강릉시의 사업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업 참가비 그리고 꽃을 포함한 재료비 일체가 모두 무료! 작은 관심 그리고 그 시간을 즐겁게 누릴 수 있는 마음만 준비하면 된다. 꽃만큼 공간을 향기롭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장바구니에 식재료만 담는 것이 아니라 향기로운 꽃한다발을 담을 수 있는 도시! 바로, 강릉이다.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삶은 더 향기롭고, 더 여유롭다. 나는 그런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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