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움이 가능한 도시
이민 말고, 강릉
두 자녀를 둔 우리 가정은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큰 아이 하은이가 초등학교를 졸업 한 그 해 여름,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듬해 봄, 역시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조금 쉬운 방법으로 대학 진학을 권유했지만 하은이는 공부다운 공부를 제대로 해 보겠다며 수능 정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둘째 동우는 초등학교에 진학 중인데 앞으로의 여정은 여러 가능성들을 열어 두고 고민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오프라인 교육에 큰 제동이 걸렸다.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아이와 함께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은 경험치를 제공해 주고 싶었던 우리의 계획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하은이는 유치원생이었을 때 잠시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것을 제외하고는 사교육을 받아 본 적 없다. 사교육의 힘을 빌려 아이의 역량을 조금 키워보고 싶은 욕심, 유혹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나의 욕심인지,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질문했고 그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였다.
최고의 사교육은 '여행'이라고 여기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함께 쌓아가는 추억만큼 아이는 더 단단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넓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회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많은 경험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릉은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장소인가?'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Yes!"다. 환경은 생각보다 삶을 살아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답답한 공기, 가족 모두 바쁜 일상, 과도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건 부모의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공교육만으로 공부하는 아이들, 주변에서 사실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가 단지 공부만을 위한 곳은 아니라는 사실, 교육의 효율성과 질적인 면에서 사교육 시장과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 잘 알면서도 공교육은 공교육대로, 사교육은 사교육대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아이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 허덕이고 부모는 사교비를 마련하느라 노후 설계가 위태롭다.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 심리로 우리나라 교육은 군중 속에 함께 그렇게 흘러간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예전에는 유명한 학원 강사의 강의를 들으려면 대치동, 노량진 학원가로 가야 했지만 지금은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어 이 또한 옛말이 되었다. 물리적 거리는 진정 배우려는 자에게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취미 부자인 둘째 동우는 배우고 싶고, 더 깊이 알고 싶은 내용들을 영상으로 직접 찾아 익히는 것이 자연스럽다. 수영, 스케이트 보드, 마술, 피아노 연주까지. 그중에서도 종이 접기는 책으로만 보는 것보다 영상이 이해하기 수월하다. 지혜롭게 사용하면 영상 교육도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된다.
강릉은 대도시만큼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된다. 하은이는 초등학교 때 책 읽는 것 그리고 독후 활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은이를 유심히 관찰하셨던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4학년이 된 후 강릉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문학영재에 지원했고 시험과 면접을 통해 합격해 5, 6학년 2년간 다양한 글을 읽고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들을 경험했다. 둘째 동우는 1학년 여름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연주 실력을 쌓아 오다가 강원예술고등학교 피아노 영재에 합격해 좋은 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받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 두 아이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했고 그러한 중에 놀랍게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특별한 교육을 받기 위해 준비해 왔던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흥미와 재능을 꾸준히 관찰하고 그 관심을 이어가게 했을 때 좋은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는 곳이 바로, 강릉이다.
대자연의 넉넉함을 지닌 곳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며 더 건강하고 밝게 자라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배우고 싶은 열망도 생긴다. 아이들은 핸드폰 게임, 영상에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배우고 싶어 하는 일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하루를 꽉 채운 스케줄로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몰입의 기회와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 일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