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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Oct 28. 2022

로컬푸드로 즐거움을 주는 도시

이민 말고, 강릉

강릉의 삶이 즐거운 큰 이유 중 하나 바로, 로컬푸드다. 제철에 나오는 신선한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 꽤나 즐거운 일이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 일을 삶에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그렇다.      


베란다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기에 적은 양의 농산물이라 해도 얼마나 많은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 열매를 맺는지 경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 그래서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지역 농산물을 구입할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절로 든다. 로컬푸드는 강릉 남대천 새벽시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시간적 제약이 걸림돌이 된다면 하나로 마트 로컬푸드 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봄이 되면 두릅과 각종 나물, 여름이면 찰옥수수, 토마토, 가지, 감자, 복숭아가 계절을 더 계절답게 보낼 수 있도록 해 준다. 가을이 되면 밤, 고구마, 겨울에는 딸기 그리고 계절에 상관없이 늘 식탁 위 먹거리를 책임지는 푸른 잎채소들, 파프리카, 표고버섯, 송고버섯, 달걀까지. 


식구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아내이자 엄마이다 보니 여느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 먹거리에 대한 문제는 결국 환경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좋은 먹거리 구입은 땅과 사람에게 이로운 것들을 더 잘 생산하는데 쓰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식하는 횟수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 좋은 식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건강한 식단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내가 직접 만들기 힘든 요리들이 먹고 싶을 때에는 밖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식사 약속이 있을 때에는 남이 차려준 밥상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누린다.      


주문진 복숭아, 로컬 식재료들은 신선하고 맛이 좋다. 

로컬푸드 이용은 가까운 근거리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어 좋고 농민에게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조금이나마 더 이득이 된다. 나아가 소비자는 갓 수확한 신선한 먹거리를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어 좋다. 대도시에 살 때는 상상조차 못 할 즐거움이다.      


식생활 교육 강사로 활동하면서 로컬푸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들이 종종 주어진다. 얼마 전에는 강릉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직접 재배한 감자로 지역의 향토 음식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로컬푸드를 이용하면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탄소발자국 제로인 감자로 전을 부쳐 나누어 먹었다. 한 학기 동안 정성 들여 키운 감자를 직접 캐고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갈아 친구들과 바삭하게 구워 먹는 감자전.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물 맑고 공기 좋은 이곳 강릉에서 재배된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볼 때 '로컬푸드'라는 단어를 보면 조금 더 익숙하게, 반갑게 장을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로컬푸드를 즐겨 구입하고 먹는 사람으로서 로컬푸드 전도사를 자처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권유한다. 강릉에 새로 이주해 오신 분들을 만날 때는 더욱 적극적으로 판매처까지 알려드린다. 로컬푸드를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분들을 보면 괜히 내가 뿌듯하고 마음속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곤 한다. 최근 들어 강릉에서는 지역을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다. 얼마 전, 강원도의 대표 로컬푸드인 감자를 주제로 한 축제에서 가족을 대상으로 한 체험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감자의 껍질에는 몸에 좋은 영양소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음식 쓰레기도 줄일 겸 깨끗이 씻은 감자를 껍질채 강판에 갈아먹게끔 준비했다. 처음엔 감자를 껍질 채 먹는 것에 의아했던 분들도 직접 맛을 보고는 앞으로도 이렇게 해 먹어 봐야겠다며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난다. 


강릉의 찰옥수수, 여름철 든든한 건강 간식이 된다.


강릉으로 이사 오기 이전에 내가 이렇게 많은 감자와 옥수수와 같은 구황작물을 먹었었나 싶다. 여름이 되면 특히 자주 먹게 되는 로컬 음식들을 통해 내가 이제 진정한 강원도 사람됨이 실감 난다. 강릉의 지인들 중에는 크고 작은 텃밭을 일구며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덕분에 직접 농사지은 귀한 감자와 옥수수를 얻게 된다. 


처음엔 찰옥수수를 맛있게 삶는 방법도 잘 몰랐지만 이제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수확한 옥수수는 바로 쪄서 먹으면 가장 맛이 좋고 조금 식힌 후엔 옥수수 알갱이를 떼 내어 밥을 지을 때, 빵을 만들 때 넣으면 식감이 참 좋다는 사실도 배우게 되었다.




예전에 딸기는 봄의 과일이었는데 요즘은 하우스 재배 덕분에 오히려 겨울딸기의 당도가 훨씬 더 높다. 딸기처럼 여린 과일은 하루 이틀 사이에 물러지기 일쑤지만 지역에서 재배한 딸기는 싱싱함 그 자체여서 먹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다. 강릉에도 규모가 제법 큰 딸기 재배지가 여럿 있는데 직접 방문해서 딸기를 구입하면 맛보기 딸기를 많이 챙겨 주셔서 입도 행복하고 마음도 행복해지고야 만다는. 겨울 하면 늘 귤이 떠올랐는데 강릉살이 이후로는 딸기가 떠오른다. 싱싱하고 맛 좋은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고 먹을 수 있는 강릉 라이프,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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