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타를 위한 스쿠버다이빙 2
만타를 위한 스쿠버다이빙 1 에 이은 글입니다.
먼저 도전한 오픈워터. 최대 20m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 라이센스를 따기 위해서는 이론수업과 실습을 해야 하고, 필기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오랜만에 하는 이론 수업이 순탄치 않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초등학생(초5)과 중학생들은 본업의 연장이라 그런지 안정된 자세로 수업시간에 임한다. 나 역시 그들을 따라 필기도 하고 중요한 부분은 빨간 펜으로 긋고 별도 달아보았다. 흉내만 냈지 실상 이론시험에선 그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순발력으로 간신히 턱걸이했다.
어영부영 패스한 이론시험
허둥지둥 바닷물 속에서 한 오픈워터
실습은 바다 입수 전 장비 착용 방법부터 시작해 5m 바닷속에서 다양한 액션들로 진행이 된다. 물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바닷물에 들어가기 전에 선생님께서 친절하게도 한국어로 잘 알려주신다. 마스크를 벗었다 눈뜨고 다시 쓰기, 다시 쓰면 마스크에 짠 물이 가득한데 그걸 스스로 빼는 방법을 실습한다. 그리고 낚싯줄 등 뭔가 엉켰을 때 BCD(부력조절기)를 벗었다 다시 입는 연습을 하는데 아이 키워본 엄마인 나로서는 익숙한 동작이다. 왼쪽으로 BCD를 벗어 공기통을 마치 아기 다루듯이 엉덩이(공기통 바닥)를 받쳐 들고 살짝 내렸다가 다른 한쪽도 마저 벗곤 다시 입는다. 그 외에도 자가호흡기를 뺏다가 다시 쓰고 그 안에 고여있는 바닷물을 스스로 뺄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바닷속에선 낯선 몸짓
글로 무슨 무슨 행동이라고 쓰지만 바닷속에서 짠물이 내 입과 눈으로 들어오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수압이 점점 높아져 이퀄라이징을 계속해줘야 한다. 드라마 시나리오 대로 움직이는 동작이지만 배우에 따라 연기가 다르듯 기억도 가물거리고 나이 들어 몸치가 되어버린 나로서는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도 기억이 안 나 헷갈리고 비루한 내 몸뚱이를 얼마큼 움직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시도하고 안 되면 짠물 먹고 다시 해보는 수밖에.
마스터와 함께 라면 괜찮아
이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그렇게나 보고 싶은 '만타'를 만나러 가기도 전에 죽을 것 같아 열심히 따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옆에 마스터가 있어 든든했다. 그리고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 연습을 하기 때문에 투과된 햇빛이 있어 주변이 밝아 안심이 된다. 만약 시커먼 깊은 바다 또는 마스터가 없었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실제로 오픈워터를 하면서 뭐가 잘못 됐는지 마스크에 바닷물이 차올라 눈이 따끔거려 내내 물을 빼내야 했는데 내가 버둥거리니 옆에서 마스터가 지켜보고 도와준다. 물이 자꾸 차오르는 마스크를 수면으로 올라와 냉큼 다른 마스크로 바꾼다. 초보라 장비 탓을 해본다. 마스크에 물이 들어오는 건 아주 흔하디 흔한 일이다. 이후에도 마스크 물 빼기는 계속 됐다.
무슨 생각으로 어드밴스까지 예약한 걸까?!
5번의 다이빙과 이론시험으로 오픈워터를 땄지만, 실제로 바닷물 속에서 다이빙을 해보니 40m까지 들어가는 어드밴스는 초보인 나에게 다른 차원의 큰 도전이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오픈워터-어드밴스-펀다이빙'을 한꺼번에 연이어 예약했는데 오픈워터를 하고 나니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어드밴스를 1주일 뒤로 미루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수심 20m도 힘들었는데 과연 그 2배인 40m를 들어갈 수 있을까. '만타'를 보려면 깊은 수심에서 안정자세로 오랜 시간 그들이 오길 기다려야 하는데 정말 내가 만타를 볼 수 있을까. 멋 모르고 호기롭게 예약은 줄줄이 잡았는데 어떻게 하나.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하는 거지 뭐. 마스터가 있으니 할 수 있을 거야. 그들을 믿고 가자.
컴퓨터는 PC가 아니에요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간 큰 차이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과 40m 깊은 수심에 들어가는 것이다. '컴퓨터'는 다이빙 현황과 출수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정정지를 구간별로 확인할 수 있는 손목시계 같은 거다. 다이빙 일시와 지속시간, 안전정지구간과 유지해야 할 시간, 수면 위 휴식시간, 다이빙 후 비행금지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어드밴스에서는 이 컴퓨터를 읽고 그것을 지키는 훈련을 한다. 교육과정이야 간단히 몇몇 단어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1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오픈워터 이론교육에서 받아 적은 주의사항은 그저 글자뿐이요, 깊은 바닷속에 잠긴 내 머리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기억하고 있다 하더라도 바닷속에서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길 다반사.
캄캄한 바닷속 나의 구원자, 마스터 조셉 & 크리스
혼자 주저앉아 있거나 뒤집어져 있고 어딘가로 떠가고 있으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내 BCD를 잡고 누군가 이끈다. 내 위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마스터다. 특히나 공황장애가 있던 나로선 물속이 무섭고 호흡조절이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들과 함께 여서 안도했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물속에 들어갈 때마다 "플리즈 헬프 미, 아이 캔트 컨트롤 마이 바디 바이마이셀프, 유 니드 투 왓칭 미" 간절하게 애원했고 그들이 나를 구원했다. 어드밴스 교육은 현지 마스터와 함께 시작해서 끝을 맺었다. "땡큐, 마이 마스터 조셉 &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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