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맥주 박물관 - 알딸딸 3종 테스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술이 술이 마시리~ 뭐든 이루어져라! 얌!
몸이 비워진 공복에 시원한 목 넘김이 좋은 맥주 마시기를 좋아한다. 가볍고 경쾌한 뽀글뽀글 흰 거품이 뿜어져 올라오는 연한 보리차 빛깔, 삿포로 클래식. 유일하게 좋아하는 맥주다. 비워진 몸에 보리수(水)를 넣고 몽롱해지는 알딸딸한 기분은 몸을 일으켜 덩실덩실 춤도 추게 할 판이다. 이 좋은 걸 매일 하고 싶지만 ‘알코올 금지’ 약을 상시 복용 중이라 어쩌다 한 번이고 그 마저도 한 캔을 못 넘기니 늘 삿포로 클래식은 간절하다. 그래서였는지 삿포로에 여러 차례 들락거렸지만 좀처럼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는 가 보질 못했다. 텐동 먹으며 한잔, 스시 먹으면 한잔, 우동 먹으며 한잔 마시다 보면 ‘삿포로 클래식’을 염원하는 마음이 그때그때 해갈되어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도 당긴다.)
이번에는 가고 싶은 관광지를 딱히 정하고 온 여행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숙소에서 20분 남짓 걸어가면 당도하는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설렁설렁 가본다. 검색하면 손쉽게 나오는 삿포로 비어의 트레이드 마크, 벽돌 건물에 얹힌 ‘별, 별, 별’ 그 앞에 놓인 푸른 소나무가 아직 녹지 않은 눈더미에 꼿꼿이 쏟아있다. 4월 초 눈이 녹아내려 군데군데 지저분한 눈더미. 한 겨울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면, 그리고 붉은 벽돌 위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면 멋진 풍경일 것 같다. 꽁꽁 언 발과 시린 손은 덤이고.
삿포로 블랙라벨 / 삿포로 클래식 / 카이타 쿠시 맥주(Kaita Kush beer) 나는 이곳에 삿포로 맥주 3종을 마시러 왔다. 삿포로 블랙라벨은 1977년 출시되어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으며 보리의 맛과 상쾌한 뒷맛의 완벽한 균형이라는데 나에겐 ‘블랙’ 어휘감 덕에 흑맥주 마냥 묵직하다. 카이타쿠시 맥주는 ‘카이타쿠시’ 양조장 본연의 레시피로 만들어져 홋카이도에서 재배한 홉과 보리를 사용해 중후한 맛이 특징이라는데 나에겐 체리 과일향을 머금고 맑고 가볍게 다가와 ‘이것도 좋은데?!’ 하는 맛이다. 삿포로 클래식에서 ‘이걸로 갈아타볼까?!’ 하다가 이곳 외 다른 곳에선 잘 보지 못해 ‘손쉽게 구하긴 어렵겠군!’ 하며 마음을 접는다. 그리고 마지막 ‘역시 클래식이네!!’ 아는 맛이 가장 맛나다. 맑고 고운 음료, 삿포로 클래식! 잠시 흔들렸지만 ‘역시 너야!’
'묵직한 블랙, 상큼 발랄 카이타쿠시, 그리고 결국에는 너야 클래식!' 이쯤 되니 알딸딸을 넘어 주량 한계선을 훌쩍 뛰어넘어 정신은 헤롱헤롱 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손을 뻗어 맥주잔을 쥔다. ‘아.... 술 잘 먹는 사람 부럽다!’ 더디 취하면 이 알딸딸 몽롱한 느낌을, 배시시 웃으며 뭐든 다 좋을 것 같고 다 이룰 것 같은 환상의 맛을 좀 더 길게 느낄 수 있을 텐데 그 환상은 환장이 되어 얼굴 벌게져서 '후~ 후~' 하고 숨만 들이셨다 내뱉는다. 그것도 한쪽 구석에 혼자 앉아서 말이다. 이대로 일어섰다간 휘청거려 자빠질지도 모른다. 그냥 이 자리에 누워서 자고 싶다. 안 되겠다. 잠시 머물자. 앉아 있으니 박물관 투어 단체관광객들이 우르르 모여 앉는다. 사회자가 불라불라 이야기하고 한 손을 위로 치켜들더니 ‘건배’ 한다. 빈 잔이지만 나도 멀리서 그들과 함께 ‘치얼스~!’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지만 다 같이 먹는 맥주는 신난다. 코앞에 앉은 커플은 나보다 늦게 와선 벌써 각자 3잔씩 들이키곤 자리를 먼저 뜬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정히 겉옷을 입혀준다. 매번 있는 일은 아닌지 여자는 남자에게 '공주님, 함께 쉘 위 댄스?’ 하는 왕자님 제스처를 하곤 미소 지으며 그 옷을 받아 입는다. 내 앞에서 웃기고들 있다. 나도 내 님과 같이 왔으면 휘청이는 몸 부축이라도 해줬을 텐데 집에 있는 남편이 보고 싶다. 그리고 석 잔을 내리 마시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대들이 부럽소!
정신이 더 아득해지기 전에 찬바람을 쐬어야겠다. 힘 빡 주고 아무 일 없는 듯 밖으로 나와 한참을 서 있는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지만 모자 쓰고 우산을 지팡이 삼아 걷는다. 좀 낫다. 500ml 한 캔이 주랑인 사람을 연달아 석 잔 들이켜게 하는 저력이 있는 삿포로 맥주! 오늘 두 다리가 휘청일 정도로 마신 날이다. 지나친 음주는 해가 되나 우산 지팡이를 짚을지 언정 삿포로 맥주라면 기꺼이 해로워져도 되는 날이다.
제법 볼거리들이 많아 유익했고 시원한 맥주는 더 유익했다!
https://maps.app.goo.gl/mM8WS1VJYtJNPo5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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