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아닌 온천 같은, 도심 속에서 과거 속으로 시간 여행
짧게 가는 후쿠오카 일정에 맛집 말고 소소하게 즐기는 장소들을 소개합니다.
저는요 이런 사람이라 이런 걸 즐깁니다.
* 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사색이라 쓰고 멍 때리기를 좋아합니다.
* 하던 거 매번 하다 어쩌다 딴 길도 갑니다. 살짝 빗긴 길로 슴슴한 여행에 제법 강렬한 맛도 추구합니다.
* 합리적인 명품 쇼핑은 몰라도 저만의 짧고 효율적인 생활용품 쇼핑 동선을 그립니다.
후쿠오카 가면 꼭 가는 곳! 어쩌다 가는 곳!
: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 루틴처럼 가는 장소
: 밥만 먹으면 질리니깐 라면 먹듯 어쩌다 가는 장소
: 내가 좋아하는 목욕, 산책, 생활용품 쇼핑하는 장소 등 소소한 곳들
* 일본 동네 목욕탕 체험, 덤으로 시간 여행!
* 기차 타고 멀리 가는 온천 말고 걸어서 좋은 물 즐기기
* 머리 감기는 노노노, 선감기 또는 후감기 (긴 수전이 없어 머리 감기 불편해요)
잃어버린 30년 이전 영광의 시대라는 쇼와 시대 때 지어진 아담한 동네목욕탕.
쇼와 시대가 정확히 어떤 시기인지는 모르나 옛날 옛적 영화로운 일본을 향수하는 시절인 듯싶다.
여러 번의 후쿠오카 여행, 매번 하카타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여행을 즐기다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본다.
목욕을 좋아하니 일본 동네 목욕탕을 찾아 나섰다.
구글링을 하니 현대식 찜질방과 사우나가 있는 깔끔한 시설들이 검색된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레트로 감성 푸른 빛깔 타일의 예스러운 목욕탕이 눈에 훅-! 들어온다.
작고 오래됐지만 재미있겠는데?!
번화한 도심 길을 지나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섰다.
밤에 가니 어두컴컴, 오래된 건물이라 더 어두컴컴.
회색벽에 코를 갖다 대면 큼큼한 냄새까지 날 것만 같은 오래된 건물.
30년 전 시골 읍내에서나 봤던 스텐 문짝을 열고 들어서니 풋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나 지금 어디?! 시간여행 중?!'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은 나무 신발장,
칸칸이 꽂힌 신발장 문패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옛 마패 같다.
일본 나막신, 게다 사이즈에 맞춰진 듯 작디작은 상자.
높은 구두나 발목이 긴 신발은 넣을 수 없다.
'와우! 21세기에 이런 곳이 있다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
센서 인식 옷장에 익숙한 요즘, '딸깍' 하고 열쇠가 위로 올라오는 옷장.
그 앞에 벗은 옷가지들을 바닥에 두지 않고 놓을 수 있는 커다란 나무 광주리.
어렸을 때 동네 쌀집에서나 봤을 법한 긴 바늘이 왔다 갔다 하는 저울식 체중계.
그 와중에 오래도록 사용한 나무 아기 침대까지 있다.
기대하지 않은 순삭 시간여행으로 놀란 가슴 진정하고 탕으로 들어가 본다.
오마마! 샤워기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긴 샤워기가 없다. 벽에 야무지게 딱 달라붙은 수도꼭지!
바가지에 물 받는 키 작은 수도꼭지도 따개비고
서서 샤워할 때 쓰는 키 큰 수도꼭지도 따개비다.
찬물 수도꼭지와 뜨거운 물 수도꼭지가 분리되어 있어 찬물 틀었다 뜨거운 물 틀었다.
씻으려면 난리법석! 바쁘다 바빠!
우왕좌왕 씻고 들어가려니 이 탕에 들어가도 되나?!
탕 안에 들어앉아있기에 작디 작고 물이 너무나도 맑디 맑다.
누군가 안에 들어앉아있으면 들어가도 되니 망설임 없이 들어갈 텐데 아무도 없으니 주저주저한다.
그냥 퍼서 쓰는 물인가?! 중앙에 놓인 탕은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있는 탕에 한참을 고민하다 들어앉아있으니 '으미~ 딱 좋네!'
간간히 빗소리도 나고 물은 따습고 혼자 있어 고요하니 좋다.
탕 안에서 비스듬히 누워 찬찬히 둘러보니
조각 타일로 만든, 두루미인지 학인지 모를 작은 벽화, 곳곳에 덧붙여진 깨진 타일,
남녀탕을 가르는 벽은 위가 트여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문, 시간과 타협한 플라스틱 의자와 물바가지,
욕탕 작은 사자 머리 수전은 머리에 과거를 이고 반들반들한 물을 지금도 콸콸콸 쏟아내고 있다.
참! 신비로운 공간이다.
문 하나 열고 들어와 옛 목욕탕을 경험하는 시간여행!
현대 목욕탕에 익숙한 나에게 편의성은 제쳐두고 재미를 선사한 곳!
씻는데 불편했지만 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온천수 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바디로션을 안 발라도 피부가 땅기지 않는 신비로운 곳이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웃 주민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엄마 손잡고 들어오는 어린아이, 일 끝나고 오는 직장인.
아주 오래전에 지어졌지만 지금까지도 동네 한편에 남아 이곳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고 있다.
팁이라면 팁
목욕용품 일체와 수건 필요 (수건 대여가능)
고민했던 중앙탕은 들어가 앉아 있어도 되는 탕입니다.
쇼와시대 동네 목욕탕
https://maps.app.goo.gl/FxCdZPDe9ZtCFiN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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