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 - 혼자 일 땐 글쓰기

섬초를 무치며 든 생각

by 사이

볕이 좋은 날엔 창가에 앉아 눈부신 햇살을 맞이하며 글을 쓰고 싶다. 조용한 정적이 흐르는 거실 한편에 놓여있는 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싶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내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다 막히면 창문 너머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고 다시금 이어가고 싶다.


미션. 아이들 없는 시간 사수!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 갈 때, 놀이터에 나가 놀 때를 놓쳐선 안 된다. 집안일이라고 총칭되는 일들을 하면 안 된다. 설거지와 빨래는 물론이고 아들 양말이 거실 바닥에 돌아다녀도, 딸아이 머리핀이 욕실과 식탁 위에 놓여 있어도 이때는 눈을 질끈 감아야 한다.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는 집안일에 성심을 다하면 오늘도 내 시간은 흙먼지처럼 사라질 테니 말이다. 내 시간을 사수해야 한다.


삼시세끼 하다 하루 해가 저문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영양이 풍부한 제철채소와 과일, 고담백질을 먹이기 위해선 늘 장보기만큼은 최선을 다한다. 크는 것도 때가 있듯 잘 클 때 잘 먹여야 잘 큰다. 어른은 때에 따라 원하면 외식도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손수 만들어 주든 사주지 않으면 입 속에 들어가는 게 한계가 있다. 다만 신선한 야채와 과일, 고담백질 장보기에 열중하다 보면 신선할 때 먹기 위해 하루 삼시세끼 음식을 만들어대기 바쁘다. 책상에 엉덩이 붙일새 없이 끼니 차리다 하루가 저문다.


햇살 머문 내 책상이 나를 부르고 있다.


오늘이 그랬다. 아침, 점심 설거지를 몰아서 하고 사이사이 몸을 놀려 흰 빨래를 걷어 개키고 제자리에 놓고 다시 색깔 빨래를 돌린다. 어쩌다 있는 은행업무를 보고 그 사이 간밤에 배송되어 온 야채와 채소들을 정리하고 겨울에만 나는 비금 섬초를 먹이겠다고 1kg이나 사서 삶아 소금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무치는 동안 다시금 빨래가 다 되었다고 삐삐 소리를 내고 있다. 그 사이 햇살은 정오를 지나 정점에 치닫고 서서히 볕이 비스듬히 옅어지고 있다. 강렬했던 오전 볕이 사그라들고 있다. 안돼! 내 햇살. 볕이 머문 책상에서 글을 써야 하는데 오늘은 틀렸다. 아쉽지만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내일도 햇살 가득하기를, 내일은 책상에서 내 글을 쓸 수 있기를 그리고 내일은 내 꿈에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글을 쓴다.

함께 하는 시간에는 집안일을 한다.


이 원칙을 나 스스로 사수할 수 있길 바란다. 완벽한 집안일이란 없다. 나 자신과 집안일에 대한 완만한 타협이 필요하다. 집안일에 대한 높은 기준과 철저한 실행력은 나를 깔아먹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제발 혼자만의 시간에는 집안일에서 손 떼고 내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 나아가야 한다. 꿈도 시간을 먹고 자란다. 쌓이는 시간만큼 모여 내가 된다. 혼자만의 시간에 책상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자. 그래야 내 꿈이 큰다. 아이들이 제철 음식을 먹고 쑥쑥 크는 것처럼 내 꿈도 햇살 가득한 책상 앞에서 쑥쑥 큰다. 그러니 혼자 있는 시간에는 제발 나를 위한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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