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듦 - 함께 할 때의 글쓰기

방학 중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by 사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고 행복하지만 나도, 내 꿈도 흐릿해진다. 내 생각과 느낌, 순간의 감정들이 모두 아이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빗나가버리면 어느새 이기적인 내가 슬며시 고개를 들며 때론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순식간에 폭발해 버리는 화가 단자에서 올라온다. ‘책을 더 읽고 싶은데... 이 시간이면 글을 써야 하는데...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수록 사랑스러운 마음도 무르익지만 화도 깊어진다. 그리고 이내 내가 사라진다. 결국 나는 아이들 엄마로만 남아있다. ‘모성애’라는 신화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 부대끼는 시간만큼 사랑과 화가 함께 자연 발화하며 나와 아이들의 역사가 만들어질 뿐이다.


방학이 두려워 학원을 알아봤다


학기 중 아이들이 하교하면 내 시간은 아이들과 공유된다. 그리고 방학이면 온종일 아이들과 함께 내 시간은 흐른다. 지금은 방학이다. 사랑스럽지만 24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힘들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학원을 보내든 내가 도서관으로 나가든 묘책이 필요하다. 표면적으로는 방학을 빌미 삼아 고학년이 되니 "이제 방학은 공부하는 시간이야" 하며 학원을 더 알아봤지만 사교육의 벽은 참으로 높고도 높다. 1인 30만 원 하는 영어학원은 도저히 보낼 수가 없었다. 상담을 받으며 마주한 옥스퍼드 책 시리즈는 나를 그 자리에서 기함하게 했다. 이 어려운 걸 예비 초등 5학년이 한단 말입니까?! 정령!! 내가 모르는 단어들도 많고 책에 나와있는 문장을 주어+동사+목적어로 구사하다니 이곳 학생들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겠네! 하고 놀랐다. 비싼 학원비와 수준 높은 교재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아… 학원 돌리기는 틀렸구나.' 공부를 시킬 거면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내가 직접 골라 내가 가르치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옛날 옛적 이야기지만 난 학원 강사 이기도 했고 다년간의 과외 노하우도 있는데 초등학생인 내 새끼 2명쯤 못 가르칠까 싶다. 오늘도 내 시간은 아이들에게 녹아들어 간다. 우리의 사랑은 오늘도 묵은 지 마냥 깊은 맛을 내며 무르익어가고 있다.


너희들도 소중하고 나도 소중하고


사랑한다. 내 소중한 아이들아! 너희들을 사랑하는 만큼 엄마도 엄마가 소중하단다. 오늘도 나는 나를 외친다. 이대로 내 행복을 놓칠 수 없다. 내 행복 콩고물들을 열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내 입속으로 야무지게 넣어줄 거야! 도서관으로 책 구경 가기, 갈 때는 꼭 공원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거닐기, 잊지 말자 따뜻한 아쌈 밀크티도! 가만있자... 때 민지가 2주가 넘었네?! 때도 한번 밀러 가자! 얼음 가득 식혜는 꼭 시키고 땀 쭉 빼고 나서 비냉은 먹어줘야지! 오늘 점심은 혼자 나가서 먹을 거야. 아이들 밥을 일찍 챙겨주고 나도 나가서 남이 해준 밥 먹을 거야.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어! 저녁 7시 20분. 뚜둥!! 잇츠타임투 고스위밍! (It's time to go swimming!) 오늘 하루 일과 마무리는 수영. 기 빨렸으니 반짝반짝 펄이 들어간 수영복을 입고 물질하러 간다. 실내복만 입고 집안에서 어슬렁거렸더니 몸에 곰팡이 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작지만 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내 행복 콩고물들을 양손에 침 발라 정성껏 꾹꾹 눌러 먹어주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내 꿈. 지금 당장은 숙제처럼 하고 있는 책 읽기와 글 쓰기. 평생 나는 글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 늘 어제와 같은 오늘인 내가 흐릿했던 날이지만 그래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도 읽고 쓴다. 그리고 꿈꾼다. 언젠가 되겠지.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도서관에 내 책이 꽂히는 날을.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아기들. 언제나 사랑한다. 딸아이의 이름처럼 아들의 이들처럼. 한결 같이 사랑한다. 오늘도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넘치는 하루였고 희미해진 나를 늦은 밤 다시 채색한 하루였다. 비록 미약한 몸짓이지만 언젠가 빛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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